‘초긴장’ 기아차 통상임금 D-1… 현대차그룹, 경영위기 내몰리나

입력 2017-08-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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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을 하루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최대 3조 원이 걸린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 패할 경우 그 피해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 피해가 2, 3차 협력업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소송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으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와 그 범위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측 패할 경우, 부담액 3조 원 전망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9명이 2011년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 1심 판결을 내린다.

산업계와 법조계에서는‘정기성’, ‘고정성’,‘일률성’을 포함하고 있는 기아차의 상여금 특성상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사측이 패소할 경우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3조 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노조가 두 번의 소송에 걸쳐 제기한 소급액 1조8000억 원과 함께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을 더한 것이다.

1심 판결이 나면 이 예상비용을 ‘충당금’ 형태로 반영해야 한다. 기아차의 상반기 분기당 평균 영업이익이 약 4000억 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2조6000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후폭풍은 이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현대차 노조의 동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현재보다 최고 50% 이상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기아차 직원과 똑같이 근무하면서 현대차 직원들은 월급을 덜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현대차 직원들의 반발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의칙’적용·범위, 최대 쟁점 = 변수는 ‘신의칙’ 적용 여부와 그 범위다. 신의칙이란 민법 제2조 제1항에 명시돼 있는 항목이다. 민법상 계약은 자유롭게 맺을 수는 있지만 ‘서로 믿고 정의롭게 행동하며 성실하게 일을 한다’는 전제 하에 자유가 인정되는 원칙이다.

2012년 금아리무진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노조의 소송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듬해 12월 18일 대법원은 갑을오토텍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처음으로 신의칙을 적용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때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조건으로 고정성(모두에게), 일률성(일정한 금액을), 정기성(정해진 시기에)을 처음 제시한 바 있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회사 측에 두 차례 소송을 제기했다. 1차는 2011년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조합원 2만7458명이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기아차 노조는 1차 집단소송에서 사측에 약 6800억 원을 요구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1차 소송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던 2013년 이전에 제기됐다는 것을 고려해, 이번에 법원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차 소송은 2014년 10월, 노조 대표 13명이 약 4억8000만 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 금액이 노조원 전체인 2만7000여 명으로 확산될 경우 사측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 원 수준에 이른다. 여기에 대표소송 이후인 소급분 약 1조 원 규모와 이자비용까지 감안하면 총 3조 원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2차 소송에는 신의칙이 반영돼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의 2차 소송은 신의칙이 제시된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기된 것이기 때문이다. 신의칙이 적용돼 노조의 소송이 기각된 금호타이어,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소송에서도 신의칙이 적용돼 1차 집단 소송분과 이에 대한 이자금액 합산인 1조 원 내외가 판결 금액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금호타이어의 통상임금 관련 판결은 주목할 만하다. 금호타이어는 18일 통상임금 소송 2심 판결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아 원심을 뒤집고 통상임금 소급 지급이 불필요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 전에 치러진 판결이라 기아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차 판결에서 신의칙이 인정되면, 사측이 패소하더라도 소급 지급을 면할 수 있어 대규모 발생에 따른 타격을 줄일 수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의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측의 부담 금액도 최대 수준이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기아차의 이번 판결은 대기업들의 통상임금 판결에 있어 큰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용비 기자 dragon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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