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86. 박화성(朴花城)

입력 2017-08-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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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한 사회주의 작가

박화성(朴花城)은 1903년 전남 목포의 사업가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총명한 딸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작은 집’을 얻자 의절할 만큼 여성적 자의식이 강했다. 목포 정명여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가고자 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충남과 전남에서 교사로 일했다. 전남 영광학교 교원 시절 문학 수업을 시작해 ‘추석전야(秋夕前夜·1925)’가 이광수(李光洙)의 추천을 받아 ‘조선문단’으로 데뷔했다.

숙명여고보 졸업 후 1926년에 일본의 니혼(日本)여자대학 영문과에 진학했기에 문필 활동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유학기간 독서회에 참여하며 인간과 사회를 보는 시선을 넓히는 한편 사상가의 정체성을 획득했다. 급진적 의식의 증거인 양 사회주의 사상가 김국진(金國鎭)과 가족의 허락 없이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김국진이 삐라 사건으로 검거되고, 출소 후 가정생활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자 파탄 난다. 1928년 근우회 동경지부 창립대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으나 결혼으로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박화성은 김국진의 검거 후 여성 가장(家長)으로서 생계를 꾸리기 위한 방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1932년 이광수에 의해 다시 한 번 ‘동광(東光)’에 ‘하수도공사’(1932)를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을 재개해 단편 ‘홍수전후(洪水前後)’(1935), ‘한귀(旱鬼)’(1935) 등을 발표한다. 식민지 조선 사회에서 여성과 민중이 겪는 빈곤과 차별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적 의식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박화성은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동아일보에 ‘백화(白花)’를 연재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목포 갑부 천독근과 재혼한 후, 양육과 내조로 한동안 창작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그러다 노년기인 195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글쓰기를 재개한다. 전후 대중 미디어를 중심으로 문예 공론장이 형성되자 상경해 ‘고개를 넘으면’(한국일보·1955∼1956), ‘거리에는 바람이’(대전일보·1964) 등을 발표한다. 이들 작품은 통속적 대중물이지만, 사랑과 자기 실현에 강인한 의지를 지닌 여성들을 등장시켰다는 의의가 있다.

박화성은 1988년 영면할 때까지 장편 17편, 중·단편 65편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한국예술원 회원,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고, 한국문학상, 3·1문화상, 금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서정자에 의해 여성작가로서 드물게 전집(2004)이 발간되었다. 목포시는 2007년 이후 매해 가을 박화성 학술문화 축제를 열고 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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