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법원 "기아차, 노조에 4223억원 지급해야"...'신의칙' 적용 안돼

입력 2017-08-31 11:09 수정 2017-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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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겨 밀린 임금 총 4223억 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가모 씨 등 기아차 노동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사측이 노조 측에 원금 3126억 원과 이자 1097억 원, 총 4223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치 밀린 임금이다.

재판부는 우선 정기상여금과 중식대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여금과 중식대는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2015년 12월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통상임금 기준으로 '정기성·고정성·일률성'을 제시했다. 다만 일비의 경우 영업활동을 해야 지급되는 것으로 고정성이 없다고 봤다.

다음 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었다. 신의칙이란 민법 2조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13년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미지급된 수당을 청구할 경우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넘고 △이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때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재판에서 신의칙을 내세워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경영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을 경우 회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노동자들이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초과한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과거의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로 생산한 부분의 이득은 이미 회사가 향유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점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2008~2015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라며 "회사의 재정과 경영상태, 매출실적 등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밖에 같은 기간 매년 1조~16조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69.14%에서 63.7%로 낮아진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의 통상압력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노사 합의의 가능성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자율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온 노사관계를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라는 결과 발생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강행규정인 신의칙을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는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한 내용"이라며 "추가 부담액이 어느 정도 돼야 그러한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기아차 노동자들은 2011년 "정기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사망자 포함 총 2만7424명이고, 청구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총 1조92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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