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소득 양극화의 원인과 해법

입력 2017-09-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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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한국의 소득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가 미국(50%) 다음으로 높은 48.5%로 증가했다. 소득 양극화는 250조 원에 달하는 사회 갈등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 감소는 소비 절벽의 원인이 되어 내수를 위축시킨다. 소득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원인 규명부터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확대는 한국의 급격한 소득 양극화의 일부분만 설명할 수 있다. 한국의 소득 양극화의 또 다른 원인은 상위 1%보다 차상위 9%의 급격한 소득 증가에 있다. 한국의 소득 상위 10%에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과 대기업 정규직, 연공서열이 높은 교원과 공무원들이 귀속된다. 이것은 재벌과 더불어 조직화한 집단이 소득 양극화를 초래한 주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조직화한 상위 10%와 조직화하지 않은 하위 90%의 이분적 구조가 바로 양극화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즉 산업화와 민주화에 기여한 조직화 집단이 기득권화하면서 양극화가 초래되었다면 과도한 조직화의 폐해를 줄이고 과소한 조직화는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된다.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강화된 결과 생산성을 초과하는 급격한 임금상승이 이루어졌다. 이미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생산성을 초과한 임금에 대해 대기업이 선택한 대안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공장 자동화다. 한국의 생산 로봇 도입률이 세계 최고가 된 이유다. 둘째,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이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에 공장 10개를 지을 동안 국내 공장 신축은 없었다. 그 결과 국내 일자리가 사라졌다. 셋째,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하청 기업의 납품 단가를 과도하게 인하하는 불공정 거래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 본사의 1억 원 가까운 연봉에 비하여 1차 협력업체는 60%, 2차 협력업체는 36%, 3차 협력업체는 24% 수준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1995년까지 10% 차이에 불과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 차이가 이제 2배로 확대되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회피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강구해 보자. 인위적인 최저 임금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준다. 강제적인 업종 제한은 취약한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개선을 저해한다.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개별 주체들의 협상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대기업과 노동조합 간의 협상력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노조는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초과한 임금을 획득해 왔다. 이러한 제한주의적 임금은 항상 자유시장 임금보다 높다. 이제 노사 간의 협상력 균형을 위해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과 같은 협상 수단이 필요하다. 세계은행과 OECD 등이 지적하는 한국의 3대 취약점이 노동시장의 경직성, 금융의 취약성, 제도의 과도한 경쟁력임을 상기하자.

과도하게 조직화한 세력은 노동조합과 전교조만이 아니다. 의사, 변호사, 금융과 같은 전문가 이익 집단도 개방되어야 한다. 원격의료, 법률 테크,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현저하게 뒤진 이유는 개별적인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화한 이익 집단의 강력한 교섭력 때문이다.

조직화한 세력을 개방하여 협상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소득 양극화 문제 해결의 한 축이라면 비조직화한 세력에 협상력을 부여하는 것이 소득 양극화 문제 해결의 또 다른 대안이다. 비정규직이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과도한 저임금이 문제다. 오히려 전 세계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 없이 유연한 근무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통한 협상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인터넷이 조직화를 도와준다. 그리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준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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