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리스크’‘통상임금’‘北核’ 곳곳 지뢰밭… 숨 막히는 산업계

입력 2017-09-04 11:18 수정 2017-09-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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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영 공백 장기화’ 빨간불… 현대기아차는 ‘통상임금’ 갈등 격화

국내 산업계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대내외 리스크로 격랑에 휩쓸렸다. 안으로는 정부가 국세청과 공정위 등을 중심으로 재계를 옥죄어 오고 있는 데다, 통상임금 판결 후폭풍에도 시달리고 있다.

밖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실적 타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언급’ 논란과 북한의 ‘ICBM 장착용 수소탄’ 핵실험 등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보면 사상 초유의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언제 정상화될지 몰라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 벼랑 끝 몰린 재계 1ㆍ2위, 경제민주화 정책 가속화= 재계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후폭풍이 우리나라 경제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먼저 삼성 계열사들의 매출 총액은 약 300조 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GDP가 1558조6000억 원(2015년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무려 19.2%에 달한다. 삼성그룹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국내 증시 상장사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여기에 삼성 1ㆍ2ㆍ3차 협력업체 등에 미치는 악영향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을 놓고 보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패소 역시 산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신의칙’에 있어서까지 노조의 편을 들어주면서 관련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이후 관련 소송이 급격하게 늘어 현재 115개 사업장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산업계에서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전체 노동비용 증가 규모가 최소 20조 원, 최대 38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통상임금 판결이 산업계 전반의 노사관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장 10월에 재개되는 현대차의 임금협상에도 이번 판결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 경영에 발목을 잡는 것은 통상임금 문제만이 아니다. 재계는 최저임금ㆍ법인세인상 등도 기업 경쟁력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토로한다.

앞으로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번달 대기업 집단을 전담하는 ‘기업집단국’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공정위의 기업집단국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사국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존재했던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 부당 내부 거래를 감시하면서 당시 5대 그룹인 현대ㆍ삼성ㆍ대우ㆍLGㆍSK를 집중 조사했다.

◇ 사드 후폭풍ㆍG2 리스크에 북한 핵실험까지… 대외 경제 환경 안갯속= 사드배치 후폭풍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국내 기업 피해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리혀 지난달 현대차가 중국 현지 공장 4곳을 지난주 가동 중단하고, 롯데마트가 중국에 긴급 자금 34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중국 내 판매 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인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검토 발언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내외 불확실성에 시달리던 재계는 그야말로 끝을 모르는 안갯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조만간 발동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도 우려스럽다. 232조는 미국 상무부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는 수입 품목을 조사해 관세 부과와 수입 제한까지 단행할 수 있는 보호무역주의 카드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철강을 겨냥해 232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 경우 한국산 철강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 기업들의 경제 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경연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ㆍ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9월 기업경기 전망치가 94.4를 기록했다. 기준선(100)을 밑돈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6개월째로,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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