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황] 북한 핵실험에 증시도 ‘지진’…코스피, 2329.65 마감

입력 2017-09-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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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 시장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여파로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 지수는 급락했고 시가총액 18조 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환율, 금값, 공포지수 시장의 위험지표는 일제히 급등했다. 대체로 시장 전문가들은 앞선 사례에 비춰 이번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 리스크의 강도가 과거에 비해 높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9%(28.04포인트) 떨어진 2329.65에 마감했다. 전날 새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미국과 일본이 전례가 없이 강력한 압력을 가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증시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날 하락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 11일 이후 가장 컸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하는 각종 시장지표도 크게 움직였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KRX금시장 금 1g당 시세는 전일 대비 1.37% 오른 4만8220원으로 뛰면서 올해 최고가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10.20원 오른 1133.00원에 마감했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코스피200변동성지수)는 15.23포인트로 14.00% 급등했다.

이번 도발은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을 크게 위축시켰다. 이날 개인은 증시에서 3433억 원을 팔며 북한 핵실험에 따른 충격을 반영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66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해 큰 충격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장중 순매도를 보이기도 하는 등 경계심리를 보였다.

반면, 기관은 3164억 원을 사들였다. 기관별로도 연기금(469억 원), 국가∙지자체(822억 원)을 포함해 금융투자(1454억 원), 보험(130억 원), 사모펀드(203억 원) 등이 골고루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로 851억 원, 비차익거래로 1104억 원을 각각 사들이며 총 1955억 원의 대규모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북한의 핵실험과 무관한 매수흐름을 보였다.

충격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은행업(-2.82%)과 통신업(-2.20%), 의료정밀(-2.52%) 등이 2% 이상 하락한 것을 비롯해 유가증권시장 22개 업종이 모두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전기전자 업종의 하락폭도 1.03%에 달했다. 기업규모별로 봐도 대형주(-1.16%), 중형주(-1.28%), 소형주(-1.41%) 등이 동시에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또한 ‘대장주’ 삼성전자가 0.95% 떨어진 230만2000원에 마감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0.87%), 현대차(-2.10%), POSCO(-0.58%), 한국전력(-1.28%), LG화학(-0.80%), 삼성물산(-1.93%), 신한지주(-1.36%), NAVER(-2.68%), 현대모비스(-1.04%) 등이 모두 밀려났다.

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따른 증시의 충격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미 8월에 전쟁 우려까지 심리적 임계점이 높아졌고 북한의 행동이 일정 부분 예견된 측면이 있어 아직 펀더멘탈(기초여건)에 미치는 영향도 불분명하다"며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시장 충격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 오전 10시 35분) 이후 다섯 차례의 핵실험이 주식시장에 미친 충격을 살펴보면 단기 충격 이후 반등이 반복적으로 출현했다”며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는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지만 이후 사태가 급격한 악화보다는 완화의 흐름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3일 북한이 강행한 6차 핵실험이 과거보다 횟수, 실험 강도 등에서 월등히 강했다”면서 “경제적 제재와 외교적 대화로는 북한 도발을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로에 직면한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군사적 대응밖에는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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