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구형 디젤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사는 고객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트레이드-인’이라 불리는 이 정책이 자동차 시장의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으로 받고 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은 지난 1일 독일에 이어 영국 소비자들에게 구형 디젤차를 폐차하고 신형 차를 사들일 시 최대 6000파운드(약 880만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르노닛산과 기아차도 이날 비슷한 정책을 영국에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닛산은 이 정책에 따라 구형차를 폐차하고 전기차 ‘리프’를 사는 고객에게 2000파운드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앞서 도요타는 7년 이상 된 모델을 대상으로 4000파운드까지 신차 구매 시 지원금을 준다고 밝혔다. 도요타의 지원금 정책은 이달 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시행된다. 도요타의 폴 반 더 버그 전무이사는 “이 정책은 윈-윈이다”라며 “운전자는 기존 차량을 폐차하고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모델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폴크스바겐, 르노닛산, 기아차, 도요타와 더불어 현대차, 포드, 벤츠 등도 비슷한 정책을 도입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2010년 이전에 출시된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영국 시장에서 푸조, 랜드로버, 혼다, 시트로엥, 볼보,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이 제도를 발표하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는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독일에서 강한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 2015년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장착된 차량 1100만 대를 리콜해야 했다. 이 사건 뒤 독일 지방정부들은 디젤차 운행 금지 정책을 추진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IHS오토모티브의 팀 어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업체들의 ‘트레이드-인’ 정책은 매출 증가를 노린 데 더해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폴크스바겐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구형 디젤차를 도로 위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마켓오토모티브의 짐 홀더 에디터는 “폴크스바겐의 인센티브 정책은 나라별로 다를 것”이라며 “독일 외의 국가에서는 운송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최대 6000파운드를 지원하기로 한 폴크스바겐은 독일에서는 최대 1만 유로(9000파운드)를 지원하기로 했다. 홀더 에디터는 이 제도가 차량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금으로서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형 디젤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새 차를 마련할 만한 여유가 없다”며 “그들은 중고차로 교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각국 정부들이 디젤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측정 방식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는 강화된 테스트가 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현재 주행자들의 주행 습관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MMT의 마이크 호스 대표는 “까다로워진 테스트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고객들은 자신들이 사는 신차가 환경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연비 효율도 높다는 데 만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