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스오피스 시장 부진에 영화 관련주가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흥행작의 부재를 꼬집으면서 중국 등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 국내 총 관객 수는 2988만 명, 전체 매출액은 23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2%, 1.51% 하락한 수치다. 7월 집계로 보면 관객 수는 2135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8.63% 줄었고, 매출액은 1689억 원으로 20% 이상 급감했다.
박스오피스 시장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종목은 CJ CGV 등 극장주다. 4월 8만8600원까지 올랐던 CJ CGV의 주가는 점차 하락해 지난달 17일 5만9200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경신했다.
메가박스를 가지고 있는 제이콘텐트리의 주가도 7월 말 이후 급감했다. 7월 27일 종가 기준 4440원이었던 주가는 1일 3900원으로 한 달 새 12.16% 하락했다. 메가박스는 올해 2분기 신규 출점 확장에 따라 성장세가 예상됐지만, 관람객 수 감소와 고정비 증가로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CJ E&M도 영화사업부문 부진의 여파로 지난달 14일 6만7900원까지 주가가 떨어지며 올해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쇼박스는 지난달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의 1000만 흥행에도 8월 한 달간 13.2%의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NEW(12.3%)도 크게 하락했다.
이효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 CGV는 상반기 박스오피스 부진 및 신규 사이트 손익분기점(BEP) 도달 지연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국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 줄어든 341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이익 감소 전망도 제기됐다. 이 연구원은 “최저임금이 16% 인상되면 사이트당 판관비가 연간 1억 원가량 증가해 이익은 271억 원까지 줄어들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 박스오피스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이들 영화주의 주가 회복 여부는 해외 시장 성과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당장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8월 중국 박스오피스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81%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J CGV의 중국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9억 원이었지만, 올해 3분기에는 93억 원으로 약 100억 원이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베트남·터키 등 해외 사업부의 올해 성장성은 342%로 기존 추정보다 더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부진한 국내 박스오피스 시장에 직격탄을 맞은 쇼박스도 해외 영화시장 투자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4분기에는 ‘홀리데이 인 발리’ 로컬 영화에 투자하며 인도네시아 영화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제작비 10억 원, 1.9달러의 평균 티켓 단가(ATP)를 고려할 때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100만 명으로 추정됐다.
이효진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해외 자본의 영화 투자를 허가하기 시작했다. 쇼박스의 투자가 한국에서와 같이 높은 흥행률을 기록한다면 또 다른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국 드라마나 음악만큼 영화에 대한 현지 반응이 뜨겁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은 한국영화 업체들에 제2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