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전쇼 ‘IFA 2017’이 여정을 마무리하고 6일 (현지 시각) 폐막한다. 올해 행사는 수년간 주제로 떠올랐던 ‘스마트홈’이 인공지능(AI)을 만나 고도화된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IoT를 축으로 전통 강자 유럽과 삼성전자 중심의 IoT 선도자 한국, 그리고 점차 세를 확장하고 있는 중국 등이 혁신적인 ‘일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AI 생태계 주도권 싸움…전시장 장악한 ‘아마존·구글’=올해 초 진행된 CES에서 인공 지능(AI)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면 IFA에서는 인공지능이 음성인식을 만나 소비자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됐다. 전체 전시장에서 AI관련 제품이 없는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대부분의 업체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두뇌 ‘알렉사’와 최근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다.
CES2017에서는 인공 지능 스피커의 형태로 알렉사가 소개됐다면, IFA에서는 다양한 생활 가전에 연동돼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 강자 밀레는 알렉사를 통해 밀레 생활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앱을 공개했다. 밀레는 드럼세탁기, 의류건조기, 전기오븐 등에 적용된다. 예컨대 “알렉사, 드럼세탁기에 빨래가 끝났는지 물어봐 줘”라고 질문하면 알렉사가 “세탁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으며, 13분 후 종료됩니다” 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알렉사가 음식의 조리시간도 알려준다.
LG전자도 전시장에서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를 통해 LG 올레드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에코에 영어로 'TV 음소거 해줘'라고 말하면 리모컨 없이 올레드TV에서 음소거가 됐다. 올해 미국에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7개 생활가전에 알렉사 연동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출시를 준비 중인 웹OS 스마트 TV와도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치한과기(旗瀚科技)는 알렉사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 '산봇 나노'를 선보였다. 하이얼도 알렉사가 첫 탑재된 냉장고 ‘링크쿡’을 선보였다.지멘스, 보쉬, 모토로라, 도시바,온쿄,야마하,하만 등도 알렉사가 탑재된 인공지능 스피커나 생활가전 등을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CES 2017에서 약 700개 업체가 알렉사와 연동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는데, IFA에서도 알렉사 연동 제품을 전시한 기업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며 “알렉사가 올해를 기점으로 AI 비서 시장 선두 자리를 확실히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AI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IFA 전시장을 ‘삼성 타운’으로 꾸미고 삼성의 가전을 통해 스마트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자체 음성 비서 ‘빅스비’를 통해 집 안 냉장고 안까지 볼 수 있으며 “빅스비 나 집에 간다”라고 말하면 집안 모션 센서 등의 제품들이 바로 작동된다.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연동도 좋지만 자체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AI 가전 사용자들이 쏟아낼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빅스비는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이어 가전 중 패밀리허브에 처음 장착됐다. 당장 빅스비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스스로 학습해 진화하는 머신러닝 기반이어서 앞으로 기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등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전통 강자 유럽 업체·진화한 카피캣 중국 업체=IFA행사는 유럽에서 진행되는 행사인만큼, 밀레, 지멘스,필립스 등 전통 유럽 업체들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린 스마트 가전을 선보였다.
지멘스와 보쉬는 아마존의 알렉사를 활용한 AI 로봇 ‘마이키’를 선보였다. 보쉬는 스마트홈 연결성 확보를 위해 26개 업체와 ‘동맹’을 강조했다. 덴마크 오디오 명가 ‘뱅앤올룹슨(B&O)는 LG의 OLED 패널을 탑재하고 자사의 음향 기술을 더한 ‘베오비전 이클립스’를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알렉사로 연동되는 스마트홈을 보여준 지멘스는 테슬라 차량을 전시했다. 이 차량은 식재료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 지멘스의 냉장고, 전기레인지와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퇴근 중에 지멘스의 서비스와 연결해 냉장고 내부를 테슬라 차량으로 보고, 음식이 없으면 아마존 프레시에 이용해서 재료를 배달시키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해 참가 업체의 40%에 해당하는 중국 업체도 스마트 냉장고를 중심으로 한 홈 IoT 생태계를 선보였다. CES와 달리 상당 수 중국업체들은 중국의 특유의 색을 빼려고 시도한 노력이 엿보였다. 업체 이름을 보지 않고 전시장에 들어가면 중국 업체인지 모를 정도였다.
하이얼은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를 꼭 닮은 냉장고 ‘링쿡’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알렉사를 내장한 첫 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LG전자의 와인셀러를 연상케 하는 와인 냉장고, CES에서 선보인 듀얼 세탁기의 건조기 버전 제품도 전시했다. 하이얼 관계자는 “이 제품은 데모 제품으로 내년 쯤 출시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이센스의 경우 드럼세탁기에 2개의 미니 통돌이를 장착한 냉장고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탁기에 모터를 세 개나 달 수 있었다"며 "세 모터가 한 번에, 혹은 따로 따로 작동시킬 수 있는 만큼 빨래시간이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창홍은 LG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벽지 TV‘OLED TV W’를 노골적으로 따라한 ‘wall paper OLED’ TV를 전시했다.
한편 IFA 2017에서는 미래기술과 산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IFA 넥스트'가 열렸다.스타트업과 연구기관 등이 참여, 혁신기술을 전시하던 테크와치에서 규모를 키웠다. 20개국 160여개 스타트업과 기관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