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파트너(임원) 50여 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특히 올해 초 딜로이트가 220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이번에 인적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안진회계법인의 경영권은 사실상 넘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고를 통보받은 딜로이트안진 파트너 중 상당수가 월급 기준 최대 1년 치 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위로금 규모는 각 파트너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1억~2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부 파트너는 회사 측과 위로금 수준에 대한 협상을 벌이거나 퇴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딜로이트가 구조조정에 강경한 입장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 대부분이 결국 퇴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번에 구조조정이 된 파트너는 회사 지분에 출자한 이사 140여 명 중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퇴사한 이들이 반납한 회사 지분은 신규 임원이 출자하거나 기존 임원이 증자하게 된다. 이번 구조조정은 파트너 수 축소에 무게를 둔 만큼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임원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전체 자본이 줄어들 수도 있다.
딜로이트안진의 임원 구조조정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경영 주도권은 안진이 아닌 딜로이트가 쥐게 됐다. 국내 회계법인은 글로벌 회계법인과 멤버십 관계를 맺고 있다. 공인회계사법에 외국공인회계사의 국내 회계법인 지분 참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회계법인의 지분은 파트너가 나눠 갖는 구조다.
그러나 외국 공인회계사는 국내 회계법인의 자본금 총액 2분의 1 범위에서 출자할 수 있다. 지분을 보유하지는 못하지만 자금을 투입해 자본을 늘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딜로이트는 안진에 자금을 지속 지원하면서 경영권을 사실상 소유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딜로이트는 국내 법인 상호에서 ‘안진’을 빼는 것도 검토 중이다. 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연루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만큼 글로벌 회사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