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의 B하인드] 기재부 공무원의 가족 임종 못 지킨 사연

입력 2017-09-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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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가족 임종을 지키다가 세종시(기획재정부) 급호출을 받고 내려가는데 온 가족이 잡더라. 급한 일이라고 말한 뒤 세종에 내려와 미친 듯이 작업해 초안을 마무리하고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데 대기하란다. 차관보가 일 끝낼 때까지는 못 올라간다고. 사정 설명은 소용 없었다. 그래도 내가 갈 때까지는 기다려 주실 줄 알았는데, 그렇게 고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마음 다잡길 몇 차례, 겨우 빈소에 갔다.”

최근 기획재정부 내 익명게시판 ‘공감소통’에 올라온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이처럼 공감소통에 올라온 글 중에는 기재부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장탄식이 수두룩하다. 여름휴가는 눈치 안 보고 쓰는 문화가 조금씩 자리를 잡는 분위기가 나오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 이후 공언한 ‘일하는 방식의 개선’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게 기재부의 현실이다.

김 부총리는 6월 15일 취임 일성에서 “일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주말이 있는 삶을 살도록 하자”며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주문했다. 일주일 뒤인 21일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도 김 부총리는 “실무 직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간부들이 업무 지시를 명확하게 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주말이 있는 삶을 보장해 주길 바란다”며 재차 당부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취임 3개월째인 현시점에서 기재부 공무원이 체감하는 일하는 방식의 문화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올해는 일복이 터진 한 해이다.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 중 예산실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이어 내년 본예산 편성까지 밤샘 야근과 주말 근무가 몇 개월씩 이어졌다. 다른 실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제실은 당초 실효세율 인상에 맞춘 세법개정안을 준비했다가 당청이 명목세율 인상으로 급선회하면서 같은 일을 두 번씩 하는 고초(?)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춘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기재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정책국장과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정책조정국장이 청와대로 차출되면서 부총리와 1차관을 보좌하는 차관보가 직접 업무를 챙겨야 했다.

기재부 차관보 자리가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 등의 업무를 사실상 통솔하는 위치에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핵심 국장이 공석이다 보니 업무 강도는 밑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핵심 국장 공석에 업무 지침 혼선까지 더해지면서 애꿎은 기재부 공무원에게 ‘일폭탄’을 투척하게 된 꼴이 됐다.

지난달 3일 김 부총리는 ‘유쾌한 반란’이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DY.afteryou)를 개설했다. 그러면서 김 부총리는 “반란은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뒤집어엎는 것”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 자기 자신,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 사회를 뒤집는 이런 것들이 반란”이라고 소개했다. 지금 기재부에 일하는 방식의 반란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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