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나만의 가치를 펼칠 수 있는 나라

입력 2017-09-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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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 대학 진학률 1위라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잡아끈 적이 있다. 내 주변만 둘러봐도 학사 학위가 없는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니, 필요를 떠나 대학을 안 나오면 불편한 게 한국의 현주소이다.

그러나 현재 대학이 제공하는 지식은 개인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기능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건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전문화된 기술인데, 정작 학과수업 교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옛 주제들만 읊어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점은 대학 진학 과정에서 수능 성적이 개개인의 학구열이나 관심 분야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한국의 이상한 현실이다. 교사들 역시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비교적 경쟁률이 낮은 학과로 지원을 유도하곤 한다. 적성은 물론 취향에도 맞지 않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진실한 연구와 토론을 기대하는 게 맞는 얘길까.

이제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을 자기계발에 쓸 수 있도록 사회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학문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거나 글로벌 인재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소수의 사람만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운영돼야 한다.

최종 학력에 따라 역할 구분이 확실해지면 학벌주의는 사라지고 필요에 의한 수요를 제외한 모든 학생에게는 자기계발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질 것이다. 입시 중심의 교육은 사그라들고, 조기 진로 탐색과 실무 훈련이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최종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단계까지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네 나이 땐 말이야”라며 소위 ‘꼰대’스러운 언행을 일삼을 수 있었던 시대는 흘러갔다. 진로를 선택할 시간이 주어진 사람들에게 열정이란 연료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그들이 자신만의 가치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회의 진정한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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