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넘버2’ 피셔 부의장, 깜짝 사의…연준에 드리우는 트럼프 그림자

입력 2017-09-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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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사진=신화뉴시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사진=신화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인자’스탠리 피셔(73) 부의장이 6일(현지시간) 깜짝 사의를 표명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가운데 피셔가 먼저 사임함에 따라 연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피셔 부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보내는 서한에서 개인 사정으로 다음 달 13일자로 연준 부의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개인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임기는 4년으로 원래 내년 6월까지였다. 피셔는 “2014년부터 연준에 함께 한 후 경제가 지속해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고, 위기 이후 금융시장을 더욱 견고하고 회복력 있게 만드는 데 기여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2014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부의장에 오른 피셔는 종종 긴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옐런 의장과 이견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기본 입장에서는 금융규제 강화에 대한 옐런의 생각에 보조를 맞추며 그의 오른팔 노릇을 톡톡히했다.

그의 사임으로 연준 이사회는 정원 7명 중 3명만이 남게 돼 역사상 가장 적은 인원으로 통화정책을 꾸려나가게 됐다. 특히 내년 2월 옐런 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오른팔’ 피셔가 먼저 사직서를 내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통화정책적으로 중대 국면을 맞이한 연준에는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불어난 자산규모를 축소하며 본격적인 긴축정책 돌입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장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를 공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피셔의 사임으로 내달부터 이사회 공석이 전체 의석의 과반인 4석이 되면서 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개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그간 금융권의 규제완화를 주장했던 트럼프가 새 연준 이사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채운다면 연준의 정책적 입지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했던 연준의 기조가 바뀌면 세계 통화정책 기조도 덩달아 불확실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피셔 사임으로 당장 보유자산 규모 축소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12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임명하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콘 위원장을 연준 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최근 버지니아 주(州)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사태를 겪으면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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