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노동자 채용 우선”…영국, 미숙련 노동자 입국 제한 파문

입력 2017-09-07 09:10 수정 2017-09-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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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련 EU 시민 이민 제한 문건 공개

미국 정부가 불법체류 청년 추방을 유예하는 ‘DACA(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영국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 차원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 이민자를 제한한다는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진행 중인 영국 정부가 EU 회원국에서 미숙련 노동자의 이주를 제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5일(현지시간) 드러났다. 가디언이 입수한 82페이지짜리 영국 내무부 문서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EU 이민자를 미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로 나눠 관리할 방침이다. 미숙련 EU 이민자는 거주 기간이 최장 2년으로 제한되고, 고숙련 노동자는 3~5년 동안 영국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내무부가 작성한 문건의 핵심은 고용 시장에서 영국인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미숙련 EU 시민을 고용하는 기업에 ‘기술세(skill tax)’를 물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계획은 각료들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이고 EU와 협상도 남아있다.

영국 정부의 계획이 공개되자 즉각 기업, 전문가, 언론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영국 식음료연맹의 이안 라이트 사무총장은 “정부의 계획에 매우 놀랐다”며 “이 문서가 영국 정부의 생각과 일치한다면, EU 노동자들이 영국 경제에 공헌하고 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식음료연맹에 따르면 식음료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3분의 1 이상이 EU 시민이다. 컨설팅업체 KPMG는 영국 내 웨이터와 웨이트리스 중 75%, 요리사의 25%가 EU 시민에 속한다고 밝혔다.

영국제조업연맹(EEF) 대변인은 “미숙련 근로자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안길 것”이라며 “영국 내 많은 제조업체는 영국인들로부터 일손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가디언은 “영국이 가치 있는 나라가 되려면 현재 이 땅에 있는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이민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들이 영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연구 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런던대학교가 2001~2011년까지 자료를 분석해 작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EU 시민들이 영국에서 1파운드를 벌어들일 때마다 영국 경제에 1.34파운드의 가치를 창출한다. 동유럽 국가 출신 이민자는 1파운드를 벌 때 1.12파운드의 가치를 창출하고, 나머지 EU 국가 출신 이민자들은 1.64파운드의 가치를 만든다.

지난 2013년 영국 예산책임국이 발표한 자료도 이민자들이 영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영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가 일반 영국 국민의 연령보다 낮아서 경제 활동에 오랜 기간 참여할 수 있고, 이는 정부의 부채 압박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한편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영국 정부의 방침을 두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EU와 영국 간 자유로운 이동이 끝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만 그는 “이민자 수가 축소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영국이 앞으로 모든 이민에 대해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민 정책은 제대로 관리되어야 하고, 이민자들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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