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韓-美 세탁기 전쟁’

입력 2017-09-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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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 청원 ‘세탁기 반덤핑’ ITC 공청회 오늘 개최… 삼성·LG·관계부처 공동대응

미국 월풀과 삼성전자ㆍLG전자 등 한국 업체들 간 오랜 싸움이 다시 불붙고 있다.

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가전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월풀(Whirlpool)이 청원한 가정용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부당함을 함께 주장한다. 한국 정부도 공청회에 참석해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ITC는 10월 5일까지 월풀이 세탁기 수입 급증으로 실제 피해를 봤는지 판정할 계획이다.

미국의 수입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사에 대한 공청회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ITC 사무소에서 열린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갑작스럽게 크게 늘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받았을 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반덤핑 조사와 달리, 외국 업체가 덤핑 등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도 국내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판정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월풀은 지난 2011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수차례 반덤핑 등 무역규제를 활용, 한국 업체들에 대한 시장 제약을 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산 가정용 세탁기에 각각 52.5%, 32.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월풀은 삼성과 LG가 멕시코와 중국에서 세탁기를 생산·수출하다 미국이 이들 국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지를 옮겨 우회 덤핑했다고 주장했다. 월풀은 특정 수량 이상으로 수입되는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ITC에 요청했다.

삼성과 LG는 월풀의 주장과 달리 미국의 세탁기 수입이 예상치 못하게 급증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미국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본 것도 없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한국 정부도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삼성과 LG, 정부는 공청회에 앞서 ITC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조사 대상 기간인 2012~2016년 미국 내 세탁기 출고가 30% 이상 증가하는 등 미국 세탁기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수입도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월풀의 영업이익률이 2012년 4.8%에서 2016년 6.5%로 증가하는 등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세탁기 수입으로 심각한 피해(serious injury)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업체 중 생산시설을 가동 중단하거나 직원들을 구조조정한 사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LG는 만약 월풀의 세탁기 사업이 어려움에 부닥쳤다면 그 원인은 수입이 아니라 월풀의 잘못된 경영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월풀이 소비자 선호가 뚜껑이 위에 있는 탑 로드(top-load)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앞으로 넣는 프론트 로드(front-load)로 옮겨가는 추세를 감지하지 못하고 제품 혁신 등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삼성과 LG가 미국 내에 가전 공장을 건설하는 점을 언급하고서 월풀 청원대로 세탁기 부품까지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할 경우 이들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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