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입사 7년만에 최연소·첫 女임원 타이틀
2014년 듀오 대표 취임… 강연·캠페인으로 ‘결혼 전도’
일·가정 양립 어려웠던 워킹맘 노하우로 후배양성 온 힘
인센티브제 등 ‘삼포세대’ 마음 돌릴 실질적인 정책 절실
“‘결혼’은 꼭 해야죠.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이에요. 인간은 고독하면 안 돼요. 가족을 만드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가 결혼입니다. 결혼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나, 그리고 우리 회사의 역할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직업과 결혼의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인생플랜을 세워나갈까’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합니다.”
박수경 듀오 대표가 이같이 말하면서 결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박 대표는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잘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와 출산, 결혼을 꺼리는 삼포세대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려면 파격적인 정부 정책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박 대표를 만나 결혼기피·비혼·만혼이 늘어나는 최근 사회적 추세에 대해 결혼정보회사를 이끄는 대표로서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또, 워킹맘의 고달픈 삶 속에서 자기 성장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 오른 박 대표의 스토리도 궁금했다.
박 대표는 1988년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서울대 소비자학 석·박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1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입사 7년 만에 최연소 상무로 발탁됐다. 특히 조직 내 유리천장을 가장 먼저 깬 최초 여성임원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게 됐다. 이후 고객 서비스 부문을 담당하며 약 8년간 지낸 뒤 2014년 국내 최대 결혼정보회사인 듀오 대표로 자리를 옮겨 회사를 이끌고 있다.
◇나는 ‘결혼전도사’…사람의 마음을 얻고 나누는 일에 가치 느껴=박 대표가 듀오에 합류한 지 3년이 넘어섰다. 그간 결혼이 삶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그 중요성을 알려왔다. 강연을 비롯해 UCC공모전, 가족사랑 캠페인 등 방식도 다양했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결혼전도사로서 어렵지만 보람된 일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강연할 땐 10년간 대학에서 소비자학과 관련 강연을 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어요. 듀오는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고 나누는 일을 하는 곳이거든요. 생애주기에 따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에 힘 쏟고 있는 것이죠. 결혼이 주는 삶의 즐거움과 행복한 가정의 의미를 일깨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박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중심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고, 이 같은 경영철학은 시장에서 통했다. 업계 최초로 2년 연속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소비자 중심 경영(CCM, 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우수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에서 고객마케팅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고, 고객중심경영에 사활을 걸기로 했어요. 듀오가 창출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를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죠. 유형의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던 일에서 무형의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고객과의 소통과 신뢰는 공통적 가치였어요. 고객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듀오의 장점을 살려야죠.”
◇유리천장 뚫은 최초 최연소 여성임원…워킹맘 설움 알지만 ‘견뎌라’ 조언=박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근무 시절 조직 내 유리천장을 최초로 뚫은 여성임원이다. 거기에 41세의 나이에 상무로 진급해 최연소라는 타이틀도 가지게 됐다. 여성이 주요고객인 화장품 기업이지만 남성중심의 조직문화가 팽배했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성장하는기란 쉽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입사 당시 200여명의 신임 과장 중에 유일한 여성이었어요. 연수받을 때도 8인실을 혼자 사용했었죠. 그때 ‘여자가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는 남자 동기들 시선에 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어요. 이왕 시작한 일이니 회사에서 나의 이름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임원이라는 꿈을 가졌죠.”
박 대표는 워킹맘의 고충을 겪은 경험도 자신이 조직에서 성장하는데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리더는 친화력과 포용력을 지녀야 하는데, 여성 직장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성장을 도왔다.
“여성스러움은 지키면서 남성적인 장점을 받아들인 것도 큰 강점이 됐어요. 이런 모습이 업무적 성과와 함께 시너지로 발휘된 것 같아요. 사실 나의 워킹맘 시절은 일·가정을 양립하지 못하고 한쪽을 포기한 것에 가까워요. 아내와 엄마, 임원의 역할을 해내야 하는 상황을 버티면서 보냈죠. 그때마다 좌절하기보단 새로운 기회를 찾고 노력한 것이 지금의 자리까지 온 비결인 것 같아요.(웃음)”
또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찾아서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네트워크를 만드는 능력,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력,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리더십 발휘 등을 여성이 가진 최대 장점으로 꼽으면서 자신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고,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기피·비혼족 증가세…파격적인 정부정책 필요=최근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박 대표는 결혼정보업체 대표로서 결혼가치를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비혼족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비혼을 선언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끝까지 혼자 살 자신 있으신가요?’라고요. 요즘 미혼남녀 대부분은 어느 수준 이상의 돈을 모았거나 사회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때 결혼을 하고 싶어해요. 실패 없이 사람을 만나려는 기질이 강해졌죠. 또, 결혼 후 고생하느니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인식도 있고요. 무작정 결혼을 권하는 얘기보다 실질적으로 결혼을 하면 왜 좋은지, 어떤 혜택이 생기는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국가가 나서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노력도 필요하죠.”
박 대표는 결혼은 경제, 일자리, 주거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결혼기피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기존 정책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의 폭인 너무 좁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기업 근로자와 같이 평균 임금 수준의 소득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 포함돼야 해요. 주거비도 마찬가지죠. 지금 젊은 세대들은 옛 세대들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어요. 결혼해서도 그동안 누려온 것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굳이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죠. 이런 친구들에게 본인의 방만한 집에서 시작하라는 건 현실성이 없는 거예요. 인센티브제 같은 정책도 필요해요. 기혼자들이 누릴 수 있는 실질적 혜택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있어야 ‘결혼을 해도 좋구나’라고 생각하는 남녀들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듀오랑 인연 맺으면 결혼확률 90%…사랑이 넘치는 사회 만들기에 기여=박 대표가 추구하는 新 결혼문화는 연애, 결혼, 출산마저 포기하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옛말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듀오가 꿈꾸는 ‘Beyond 결혼, 행복을 찾아서’를 현실로 만들고 싶단다.
“저희 회원들이 결혼할 확률은 90%죠. 주말 미팅건수가 1300건에 달하고, 통상 2~3번째 만남에서 인연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성혼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요. 청춘들이 듀오(DUO, Down, Up, Open)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보는 눈을 낮추되(Down) 자신의 가치를 올리고(UP), 열린 마음(Open Mind)을 가지라는 뜻이죠. 상대의 조건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그 이상형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되돌아보는 것이죠.”
박 대표는 듀오가 단순한 돈벌이와 직업이 아닌 개인과 사회, 국가의 행복과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사회적으로 만혼, 결혼 기피,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결혼정보 회사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