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신(新) 북방정책 비전’을 천명하며 “그 9개의 다리는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신 북방정책 비전은 러시아 극동 지역과 중국 동북 3성, 중앙아시아 국가와 몽골 등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체계적으로 활성화한다는 구상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신 북방정책은 극동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맞닿아 있다”며 “신 북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극동이어서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 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한국이며, 한국이 추진하는 신 북방정책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이 제안한 9개 다리와 관련해 먼저 “세계 2위의 가스 수입국인 한국은 러시아에서의 가스 수입뿐 아니라 에너지 개발 협력에도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제안했다.
또 문 대통령은 “우리 철도와 TSR의 연결은 유라시아 대륙과 해양을 이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고 전력협력을 통해 동북아의 경제번영과 평화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며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안보체제까지 전망하는 큰 비전을 가지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을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제안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새로운 공단의 설립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며 “수산물류가공 복합단지 조성으로 이뤄질 수산분야의 협력은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러시아의 극동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어려움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던 사업들을 포함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 우선하는 목표로 삼고자 한다”며 “이를테면 조선해운 협력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며 국제 해운의 환경을 바꿔내는 일이다”고 말했다.
조선해운 협력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척은 너무나 가슴 뛰는 일이다”며 “자루비노항의 개발과 맞물려 한국의 조선산업이 결합한다면 북극항로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신 실크로드가 될 것이다”고 확신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의 조선과 에너지 협력은 이미 시작되었고 세계를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북한을 경유한 가스관이 한국까지 오게 될 것이다”고 희망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한국은 보다 견고하고 영속적인 북방협력의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고자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 FTA를 조속히 추진하기를 희망한다”며 “이와 함께, 한국은 광역두만개발계획(GTI) 같은 다자간 협력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한국 기업들은 농업, 물류 분야뿐만 아니라, ICT 기술을 활용한 교통 분야 사업, 폐기물과 관련한 친환경사업, 호텔 리조트 개발 등에 관심이 많다”며 “극동지역을 ‘환태평양 시대를 주도하는 역동의 협력 플랫폼’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대한 국제적 제재에 러시아가 적극 동참과 지속적인 지지도 요청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나는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 또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해법이다”며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러 3각 협력을 위해 그간 논의되어 온 야심 찬 사업들이 현재 여건상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더라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힘을 합쳐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은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푸틴 대통령과 많은 러시아 국민이 참석해 주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