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야심차게 마련한 경제개혁 15개년 계획, 이른 바 ‘국가개혁계획(National Transformation Plan·NTP) 2020’을 1년 만에 손 보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NTP 2020’에 대해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손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같은 움직임은 NTP 목표 중 일부가 의욕이 지나쳤다는 걸 사우디 정부가 깨달았다는 걸 시사한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수정된 계획은 ‘NTP 2.0’으로 제목이 수정됐으며, 기존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게 골자다. NTP는 2020년까지 계속 실행되겠으나 2025년과 2030년까지로 목표했던 계획 일부의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6월 발표된 원래 계획에는 2030년까지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40%에서 65%로 확대하고, 2020년까지 광산업에서 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 방위산업도 적극 육성해 2030년에는 전체 국방 지출의 50%를 자국 기업이 차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 포함됐었다. 여기에 사우디 정부가 전액 출자한 방산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향후 사우디 증시에도 상장시키는 한편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 지분 5% 미만을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도 들어있었다. 아울러 실업률도 11.6%에서 7.0%로 낮추고 여성의 노동참여율을 22%에서 30%로 높이며 중소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에서 35%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제시했었다.
그러나 수정된 NTP 2.0은 국영자산의 민영화,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 120만 개 창출, 2020년까지 실업률을 11.6%에서 9%로 낮추는 쪽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수정됐다. 모하메드 왕자는 사우디아람코의 지분 일부 상장에 대해선 비판적이었지만 이번 수정 내용에는 내년 상장 계획에 대해 언급되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의 한 관계자는 FT에 “목표 중 대부분이 너무 공격적이었고, 경제에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정부와 함께 일한다는 한 컨설턴트는 “사우디의 관료주의 하에서 3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그 많은 목표를 달성한다는 건 무리가 있었다”며 궤도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자문들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궤도 수정이 사우디의 경기 침체에 대해 이미 불안해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6월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에서 모하메드 왕자에게 2순위로 밀려난 사촌 모하메드 빈나예프 전 내무장관으로하여금 정치적 음모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사우디 정부 자문은 “유연한 건 좋지만 목표를 바꾸는 건 바람직한 습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개혁 내용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세금 인상과 보조금 삭감 같은 세수 확대 조치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0.1%로 작년의 1.7%에서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편 FT는 수정된 NTP 2.0은 이제 초안 단계여서 10월 말까지는 전체 내용을 알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