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지배구조 매듭풀기] 현대중공업, 정기선 전무 승계 준비 ‘일사천리’

입력 2017-09-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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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해외사업 성과에 입지 굳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주식을 전량 정리하면서 정기선<사진> 전무로의 경영승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지난달 23일 현대중공업의 주식 17만9267주를 시간외매매로 전량 처분했다. 이날 정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주식 처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한 현대로보틱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이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 전무로의 경영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정 이사장이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한 만큼, 이 지분을 정 전무에게 넘겨 경영 승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 전무는 현대로보틱스의 보통주를 97주 보유하고 있어 지분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정 이사장이 현물 출자를 통해 현대로보틱스의 신주 297만9567주를 배정받아 지분율도 25.8%로 늘어나 정 전무로의 승계는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 전무는 회사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 일선을 지휘하며 차기 리더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경영 최전방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고, 굴지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앞장서고 있다. 6월에는 그룹의 기획실 부실장으로서 플랜트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신사업 모델을 발굴했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과 함께 유향열 한국전력 부사장과 만나 해외 페트콕(석유정제 부산물) 발전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페트콕 사업에 대한 3사간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 3사는 원유의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페트콕을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5년간 20개 사업을 개발해 매출 1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같은 달 정 전무는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아랍에미리트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산업 서비스업체 람프렐 등 합작 파트너사와 손잡고 합작 조선소 주주계약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정 전무가 큰 역할을 담당해 ‘정기선 프로젝트’라고 불린다.

2014년 임원에 승진한 정 전무는 이듬해 사우디 국영 석유사인 아람코와 포괄적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두각을 나타났다. 정 전무와 MOU를 체결한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은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정 전무를 중심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30대인 정 전무를 필두로 젊은 임원들을 발탁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현재 현대중공업 내 40대 임원은 전체 임원 중 20%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선 전무는 해외사업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며 회사 내에서 차기 리더로서 인정받는 분위기다”라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회사가 경영 위기를 겪었던 만큼 승계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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