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야(野)하다

입력 2017-09-11 10:5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옷이 적잖이 선정적이거나 표정이나 몸짓에 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을 때, 혹은 그림이나 음악이 섹시(sexy)한 분위기를 풍길 때 흔히 ‘야하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야하다’는 말은 본래 성적 자극이 선정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문화적인 것이 아닌 모든 경우에 다 사용하는 말이었다.

문화(文化)의 ‘文’이 가진 본래의 뜻은 ‘무늬’, 즉 ‘꾸밈’이다. 그리고 ‘化’는 ‘화할 화’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변화(變化)’, 즉 A에서 B의 상태로 바뀌는 현상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따라서 文化는 전에는 ‘文’, 즉 무늬나 꾸밈이 아니었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무늬로 꾸며져 ‘무늬화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야생에 인공을 가한 흔적이 바로 문화인 것이다. 따라서 문화의 반대말은 야생(野生)이다.

야생은 누적이 없다. 누적이 없기 때문에 천년 전의 모습이나 현재의 모습이나 달라진 게 없이 본바탕 그대로이다. 그래서 野는 곧 ‘질(質:바탕 질)’이다. 이에 반해, 인류의 손때, 즉 인공(人工)은 반드시 무늬와 꾸밈 등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누적된다. 그 흔적의 누적이 바로 역사(歷史)이다. 야생의 자연에는 시간만 존재할 뿐 역사는 없다. 역사는 인류에게만 존재한다.

따라서 ‘野’의 반대는 ‘史’이기도 하다. 그래서 ‘史野’라는 말이 생겼고, 공자는 이에 대해 “문(文:무늬, 꾸밈)이 질(質:자연, 바탕)보다 많으면 사(史:역사, 문화)이고, 질이 문보다 많으면 야(野:야생, 자연)이다.[文勝質則史 質勝文則野]”라고 했다. 그리고 文과 質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사람을 일러 ‘군자(君子)’라고 했다.[文質彬彬 然後君子]

‘야(野)하다’는 말은 단순히 성적 선정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가 아닌 야생의 질박함, 즉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원색적인 것은 다 야한 것이다. 섹시함은 인류가 지닌 야성의 한 부분일 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금상추에 배추·무까지…식품업계, 널뛰는 가격에 불확실성 고조 [식탁 지배하는 이상기후]
  • 단독 한달 된 '실손24' 60만 명 가입…앱 청구 고작 0.3% 불과
  • 도쿄돔 대참사…대만, 일본 꺾고 '프리미어12' 우승
  • "결혼 두고 이견" 정우성ㆍ문가비 보도, 묘한 입장차
  • ‘특허증서’ 빼곡한 글로벌 1위 BYD 본사…자사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 확보
  • [식물 방통위] 정쟁 속 수년째 멈춤…여야 합의제 부처의 한계
  • 이재명 오늘 '위증교사' 선고...'고의성' 여부 따라 사법리스크 최고조
  • "9만9000달러는 찍었다"…비트코인, 10만 달러 앞두고 일시 횡보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11.25 11:33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5,237,000
    • -1%
    • 이더리움
    • 4,636,000
    • -2.91%
    • 비트코인 캐시
    • 703,000
    • -2.63%
    • 리플
    • 1,932
    • -7.16%
    • 솔라나
    • 347,900
    • -3.12%
    • 에이다
    • 1,379
    • -8.68%
    • 이오스
    • 1,133
    • +0.62%
    • 트론
    • 289
    • -3.02%
    • 스텔라루멘
    • 721
    • -6.49%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000
    • -3.6%
    • 체인링크
    • 24,350
    • -2.29%
    • 샌드박스
    • 1,041
    • +60.1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