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눈앞인데 규제만 산적…“자본시장법 ‘원칙 중심’ 전환 필요”

입력 2017-09-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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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 개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민호 기자 minori3032@)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민호 기자 minori3032@)
4차 산업 등 신산업 발전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에 현행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부조항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방식의 현행 자본시장법을 2007년 당시 입법 취지대로 ‘원칙 중심’ 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게 골자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핀테크 혁명과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발전을 위한 자본시장 내 규제 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김용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자본시장을 규제 체계가 포용할 수 있으려면 혁신이 필요하다”며 “금융 혁신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도 원칙중심 규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는 2007년 원칙 중심 규제를 도입하고 규제안전지대를 설정한 영국을 들었다.

현행 규제 방식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정보교류 차단 장치인 차이니즈월(Chinese Wall)을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촘촘해지는 규제 조항 때문이다. 가령 프라이빗뱅크(PB) 업무 등 새 업무가 추가될 때마다 새 규제가 하나씩 덧붙여지는 구조다.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영업행위 규제는 포지티브 시스템이었다”며 “금융투자업자가 아무리 표괄주의 통해 개발하려고 해도 관련 법령에서 촘촘한 영업행위규제를 열거해 창의적 금융혁신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도 수동적 태도를 취하게 되고, 투자자보호에도 공백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규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날 토론에 나선 최원진 JKL파트너스 상무는 “자본시장법의 원칙중심규제 도입의 성고가 미미한 것은 한 나라의 금융법 체계를 대륙법계에서 영미법계로 전환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며 “수십년간 뿌리깊게 자리잡은 대륙법계 관행이 함께 변화돼야만 비로소 성과를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모펀드업계 일원으로서 영업 제약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최 상무는 “사모펀드는 가장 규제가 완화돼 있는 업종”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영업을 하다 보면 펀드 운용대상과 금융상품 운용방법, 심지어 운용시기까지 법에 자세히 규정돼 있다”고 전했다. 소수의 거액 투자자와 일대일 관계를 맺고 하는 부분에서조차 규정 중심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정남구 한겨레 논술위원은 규제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규제당국과 대상자 사이에 도덕성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얼마나 성숙해 있는가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와 금융당국, 업계간 충분한 소통과 설득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엄격한 사후 제재를 확립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도 나왔다. 김성진 변호사 참여연대 변호사는 “우선 금융회사에 대한 사후 제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또 손해배상제도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스커버리 제도(증거 제시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축사를 맡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원칙중심 규제는 우리 자본시장이 추구해야할 가치와 기능을 성찰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속도로에서 100킬로미터 이상 운전하지 말라’는 말을 인용했다. 운전자는 안전을 위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속도 이상으로 운전하지 말라는 얘기다.

최 위원장은 “미래 금융산업 혁신 대응 차원에서 기존 규제를 변화된 환경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위도 혁신적 금융사업자에 대해 한시 인가, 개별 규제 면제 등 특례를 적용하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내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도 ‘규정 중심 규제’에서 ‘원칙 중심 규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께서 최근 취임하시면서 포용적 금융와 생산적 금융 등 2가지를 강조하신 바 있다”며 “업계 일원으로 이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나 모험자본 공급 등 자본시장 활동이 활발해지려면 법적 기반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존 워커 맥쿼리코리아 회장은 선진시장인 호주의 원칙 중심 규제 현황과 시사점 설명을 위해 연사로 나섰다. 그는 “금융기관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것과 금융 환경 또 규제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규제당국과 금융기관이 협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민호 기자 minori3032@)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민호 기자 minori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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