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3년] 배출권 품귀에 3배 과징금 물을라…기업들 ‘발 동동’

입력 2017-09-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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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불일치 심화에 2년 새 가격 2배↑…산업계 “年 4.5조 부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기업별로 할당받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물량 품귀 때문에 급등하고 있다.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들은 배출권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정부가 너무 서둘렀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기업별로 할당된 탄소배출권 가격이 거래 시장의 물량 품귀 현상으로 급등하면서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정부의 할당량이 크게 감소하는 내년부터 기업의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기업들이 거래 금액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으로 배출권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배출권 가격 급등, 이중고로 작용 = 탄소배출권 가격은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이 마무리되는 올해 크게 요동쳤다. 탄소배출권은 할당된 이행 연도에 따라 2015년물(KAU15), 2016년물(KAU16), 2017년물(KAU17) 등으로 각각 거래되는데, 올해 정산을 마친 2016년물 가격이 한때(2월 7일) 2만6500원까지 올랐던 것. 이는 지난해 제출마감일을 직전 2015년물 최고가(2만1000원)에 비해 26.19% 높은 수준이었다.

아직 마감을 한참 앞둔 2017년물 가격 또한 2016년물 배출권의 품귀 현상을 타고 덩달아 치솟았다. 11일 현재 KAU17 가격은 2만300원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작년의 2016년물, 재작년의 2015년물 가격(약 1만1600원)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은 수급 불일치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먼저 1차 계획기간 종료 배출권을 확보하려는 기업 수요가 많았다. 애초부터 정부의 배출권이 과소 할당됐다는 점도 수요를 더욱 자극한 요인이 됐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따라 2015~2017년에 16억8655만 톤의 배출권을 산업계에 줬는데, 이는 신청량(20억2100만 톤)보다 19.8% 적은 양이다.

반면, 공급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2015년 기준으로 배출권을 받은 522개 기업 중 283개는 1550만 톤의 배출권을 쓰지 않고 남겼다. 이 경우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에 남은 배출권을 팔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매물로 나온 배출권은 쓰고 남은 양의 12% 정도인 190만 톤에 불과해 나머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1840만 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배출권이 남아 도는 일부 기업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의식해 보유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수요는 늘고 공급이 줄어들다 보니 시장에 나온 배출권 가격은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배출권을 사다 써야 하는 기업들은 물량 품귀와 가격 급등에 따른 ‘이중고’를 겪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출권 부족에 허덕이는 전력, 반도체,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업체는 다음 해에 사용해야 할 할당 배출권을 당겨서 쓰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2차 계획기간… 기업부담 더 커질 듯 = 기업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2차 계획기간(2018∼2020년)과 이후 5개년 단위의 3차 계획기간부터 업계 할당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산업계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까지 무료로 배정받았던 배출권을 내년부터는 정부에 3%에 해당하는 돈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매년 4조5000억 원가량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 출범한 정부가 탈(脫)원자력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에 도미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탄소배출량이 없는 원자력발전이 중단되면 정부가 기업별 무상 할당량을 줄이는 식으로 감축량을 전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배출권 시장의 난맥상은 한층 심화되고 배출권 부족 기업의 관련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배출권 가격의 3배인 과징금으로 대체해야 할 수도 있다. 배출권 부족분을 시장에서 구매하지 못한 경우 기업은 초과 배출분에 대해 시장 가격의 3배를 곱한 만큼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모자라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채우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업계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배출권 가격이 3만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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