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파워엘리트] 서훈 국정원장, 10.26 다음날 시험본 국정원서 28년…“가장 훌륭한 선배”

입력 2017-09-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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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남북정상회담 ‘물밑접촉’ 2차 땐 ‘배석’… 97년 경수로건설 위해 北 파견가면서 유서쓰기도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과 중요한 연을 맺을 즈음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터졌다. ‘정통 국정원맨’으로 불리는 그가 걸어온 길이 쉽지 않았음을, 걸어가야 할 길이 험난할 것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서 원장은 1954년 서울 출생으로, 25살 되던 해 가을에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봤다. 1979년 10월 27일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한 10·26사태 다음날이었다. 서 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가적으로 큰 사태가 벌어진 건 알았지만 이미 국가에 봉직하기로 결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입사했다”며 “젊은 시절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이듬해 이름을 바꾼 국가안전기획부부터 일한 서 원장은 2008년 3월 퇴직할 때까지 28년 3개월간 봉직했다. 일하는 동안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국정원 대북전략실장, 국정원 3차장 등을 거치면서 자타공인 ‘베테랑 대북 전문가’가 됐다.

서 원장은 1997년 북한 함경남도 신포 경수로 건설을 위한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의 북한 금호사무소 현장사무소장으로 공식 파견돼 2년간 북한에서 상주했다. “남북 간 냉엄한 시대였기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 갔다”던 그는 실제로 유서도 쓰고 갔다고 한다.

신포에서 돌아온 뒤엔 곧장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비밀접촉에 투입돼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수행해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과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0년 10월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부터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까지 배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때도 배석했고, 같은 해 11월 남북총리회담 대표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정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서 원장에 대한 신원재검증을 직접 다섯 차례나 했다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분으로는 최초로 KEDO 직원으로 가면서 담담하던 모습이 선하다”며 “제가 국정원에서 만 20년간 인사를 하면서 보았던 가장 훌륭한 선배”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그는 국정원을 나와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섰다. 삼성경제연구소, KT스카이라이프 등에서 자문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캠프에서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올해 대선에선 문 대통령 선대위의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인 5월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 등 직접 인선을 발표한 인사에 속한다. 문 대통령이 국정원장 자리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서 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선 5월 29일 새벽,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탄도미사일을 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안보상황이 엄중한 시기로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정원은 안보의 최일선에서 그리고 마지막 보루로서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서훈 국정원장 약력

△서울 출생 △서울대 △미 존스홉킨스대 대학원(SAIS) 졸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 박사 △1980년 국가안전기획부 입사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국가정보원 대북전략실장 △국가정보원 3차장 △이화여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18대 대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대위 남북경제연합위원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대위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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