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분사한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미국 제휴업체 웨스턴디지털(WD)이 주도한 미일 컨소시엄에 매각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시시간) 일본 닛칸코교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13일 이사회에서 WD가 주축으로 한 이른바 ‘신(新) 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을 의결하고서 20일 공식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다수의 일본 기업이 포함됐다. 도시바의 주거래은행도 자금 조달에 동참한다.
매각 금액은 2조 엔(약 20조64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올 회계연도가 마감하는 2018년 3월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매각 결정은 상장폐지 사태를 막으려면 해당 매각 대금으로 회계연도 2분기 자본잠식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매각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지렛대 삼아 회사 경영 재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도시바가 13일 이사회에서 WD와 정식계약을 맺을 방침을 정할 예정이지만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대만 혼하이정밀공업(폭스콘) 진영과 계약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지난 8월 도시바가 WD 측에 메모리사업부를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WD에 의한 도시바메모리의 경영 지배권 장악 시도 우려 때문에 최종결정은 보류해왔다. 이와 관련해 닛칸코교는 WD가 여전히 메모리 사업부의 지분 확보를 원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양사의 협상이 막바지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도시바가 WD와 정식 계약을 맺는다고 해도 각국의 반독점 심사라는 관문이 남아있다. 중국의 경우는 심사가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종 매각 절차가 내년 3월까지 완료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도시바가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