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96. 숙창원비(淑昌院妃) 김씨

입력 2017-09-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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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ㆍ충선왕 父子 아내가 된 고려의 미인

▲몽골의 고고관을 쓴 모습(재현).
▲몽골의 고고관을 쓴 모습(재현).

숙창원비(淑昌院妃) 김씨는 위위윤(尉衛尹)으로 벼슬을 그만둔 언양인(彦陽人) 김양감(金良鑑)의 딸로 태어났다. 평범한 관인가문 출신이었으나 그녀는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그랬는지, 진사(進士) 최문(崔文)과 일찍이 혼인했으나 곧 과부가 되었다.

그 뒤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갔다. 과부의 신세로 있던 당시 고려 조정에 큰 사달이 일어났다. 몽골 황제 쿠빌라이[忽必烈]의 딸로 고려에 최초로 시집온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가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공주의 죽음은 죽음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다. 제국대장공주의 아들인 당시 세자는 어머니의 죽음에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믿었다. 특히 아버지 충렬왕(忠烈王)의 총애를 받고 있던 무비(無比) 일당을 의심하여 아버지가 재위 중인데도 불구하고 무비를 비롯한 아버지의 측근들을 마음대로 죽이거나 유배를 보내버렸다. 당시 세자는 쿠빌라이의 외손주로 아버지를 훨씬 능가하는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몽골 조정까지 개입하여 국왕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줄 것을 강요하여 충렬왕을 사실상 강제 퇴위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고려의 새로운 국왕에 오른 세자가 바로 충선왕(忠宣王)이다. 새 국왕에 즉위한 충선왕은 아마도 조금은 아버지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을 풀어드리기 위해 과부로 있던 김씨를 아버지의 후비(后妃)로 바쳤다고 ‘고려사(高麗史)’는 전한다. 과부였던 김씨는 이렇게 해서 숙창원비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미모는 독이 든 성배와 같았다. 아버지의 사망 후 충선왕은 오라버니 집에 머무르고 있던 그녀를 탐했고, 곧 자신의 후비로 삼았다. ‘고려사’는 당연히 둘의 관계를 매우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숙창원비가 밤마다 교태와 아양을 많이 떨어 왕을 미혹했다”고 하여 그녀가 관계의 성립을 주도했던 것처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충렬왕의 후비에서 다시 충선왕의 후비로 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구애한 쪽은 분명 충선왕이었다.

다만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만은 사실이다. 당시 충선왕의 사랑을 독차지하여 다른 후비들에게 상당히 미움을 받았던 사실이 ‘고려사’에 특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시욕이 지나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품을 지녔던 것도 사실이다. 원나라의 황태후가 몽골 부인들이 쓰는 관(冠)인 고고(姑姑)를 내려주자 그녀는 고고를 쓴 채 큰 잔치를 베풀어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다. 충선왕의 또 다른 후비인 순비(順妃)가 몽골로부터 고고를 하사받은 기념으로 연 축제에서 숙창원비는 순비에게 지기 싫어 옷을 다섯 번이나 갈아입었다고 전한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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