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종의 서킷브레이크]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이 나스닥과 다른 이유

입력 2017-09-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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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같은 기술주 중심의 시장인데 왜, 우리 코스닥은 나스닥 시장과 같은 생태계를 만들 수 없는 걸까요.”

매번 코스닥 대형주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볼멘소리이다.

국내 최대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은 이달 29일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그동안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해왔다. 한국판 구글인 네이버가 그랬고,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했다. 모두 기술 중심의 신시장을 개척한 IT 대장주들로, 코스닥 시장에서 컸으나, 결국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모두 떠나 버렸다.

코스닥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장을 한 기업들은 모두가 한 번쯤은 코스피 시장으로의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왜 우리 시장은 나스닥과 같은 시장을 만들지 못할까’ 하는 고민만 하고 있다.

미국의 나스닥 시장에는 혁신기업의 대명사인 알파벳, 테슬라, 페이스북, 아마존 등 쟁쟁한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다. 이들은 기술주의 대명사로 전 세계 증시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같은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에서는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을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또 미국에서 상장하는 기업들은 기업의 업종이나 사업 성격에 따라 뉴욕증권거래소 또는 나스닥 시장을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크기가 작은 기업들은 모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우리 코스닥 시장이 IT 중심의 기술주 중심이라고 하지만, 정작 IT업체의 비중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사실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은 기술주 중심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저 조그만 상장사들이 몰려 있는 마이너리그에 가깝다.

이번에 거래소에서 코스닥 대형주들의 코스피 시장으로 이탈을 막기 위한 새로운 지수 개발에 나선다고 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우량주를 합쳐 새 통합지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코스닥본부는 코스닥 이탈 바람을 막기 위해 코스피200 지수에 코스닥 대형주를 넣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탁상공론(卓上空論)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 관계자들이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 IR대행사와 글로벌IB 기업이 한국 중소형주들을 해외 기관에 소개하는 현실적인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 70조 원의 CIMB와 신생 IR대행사인 IR메드가 11월 해외 펀드매니저들을 국내에 초청해 국내 우량 중소형주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정작 한국거래소나 코스닥협회는 알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엉뚱한 데서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뜯어보면 우리 코스닥 기업들도 훌륭한 기술을 보유하고 해외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기업들이 많다. 새로운 지수를 개발해 단순히 외인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보다 이런 기업들을 발굴해 해외 투자자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기업들 역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더 이상 코스닥 시장의 이탈이 없도록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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