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문재인 정부 재벌 개혁, 장기 경제 전망에도 중요”

입력 2017-09-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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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변화 열망 어느 때보다 높아…삼성 행보가 관건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벌에 대한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벌에 대한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재벌 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한국의 재벌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 분석했다.

2007년 김승연 한화 회장은 ‘보복 폭행’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으로 감형돼 경영에 복귀했다. 2012년에는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4년형이 선고됐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곧 석방됐다. FT는 김 회장의 사례가 한국 기업이 법 위에 있으며 정치인과 유착했다는 오랜 믿음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재벌 기업에 대한 변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분노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초기 내각을 구성하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임명했다. 두 사람은 재벌 기업의 구조 개혁을 주장해 온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재벌기업이 12월까지 긍정적인 변화나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구조적인 처방을 강요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박상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이 재벌 개혁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국민의 재벌 문제 인식과 정치·경제적 구조 변화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FT는 높은 청년 실업률과 저성장,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통제 등을 겪은 시민들이 재벌 기업에 계속해서 특별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개혁에 대한 열망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9%에 달하며 고용의 85%를 차지하는 300만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약 7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세 회피나 부패 혐의로 기소된 임원들이 대통령 사면으로 풀려나면서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재벌 특히 삼성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권력의 집중”이라면서 “너무나 많은 경제적 자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정치, 언론, 법조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것은 경제가 혁신 기반 모델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재벌 개혁은 단순히 기업 지배구조나 사회적 책임 선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인 경제 전망에도 중요하게 작용해서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과 현대, 롯데 등 재벌 기업의 존재감은 막대하다. 5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전자에서 의약품과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계열사를 62개나 거느린 삼성의 영향력은 비교불가다. 삼성의 상장기업 16개사가 코스피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재벌 개혁의 성공 여부는 문 정부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재벌 개혁의 성공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렸으며 ‘이재용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삼성의 후계자인 이 부회장을 석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은 최근 투명성 강화 요구에도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정책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브루스 리 제브라투자자문 최고경영자(CEO)는 “재벌 개혁이 경제를 악화시킨다면 정부는 이를 끝낼 것이다. 그러나 계속 성장할 수 있다면 개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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