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제동걸리나…트럼프, 美래티스반도체 중국 자본에 매각 거부

입력 2017-09-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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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의 거부는 27년간 이번까지 네 차례 불과…앞으로 중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 더 어려워질 듯

▲애플의 맥북 프로 내부에 래티스반도체의 제품이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애플의 맥북 프로 내부에 래티스반도체의 제품이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국계 사모펀드 캐년브리지캐피털파트너스의 래티스반도체 인수에 대해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외국 취득자에게 지적재산이 이전될 가능성과 이 거래를 지원하는 중국 정부의 역할, 미국 정부에 대한 반도체 공급망이 온전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중요성, 미국 정부가 래티스 제품을 사용하는 것 등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로 국가안보가 리스크에 놓이게 된다”며 “캐년브리지는 중국 국영기업인 차이나벤처캐피털펀드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은 안보를 이유로 외국기업의 자국기업 인수를 저지할 수 있지만 이런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대통령이 금지 명령을 내린 사례는 27년 간 이번이 네 번째다. 트럼프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도 지난해 12월 중국계 펀드의 독일 반도체기업 아익스트론 인수에 대해 안보를 이유로 포기 명령을 내렸다.

앞서 래티스반도체는 지난해 11월 캐년브리지에 회사를 13억 달러(약 1조4671억 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래티스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얻고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외국기업의 자국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계 자본에 래티스가 넘어가면 자국의 군사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대통령이 CFIUS의 권고를 무효로 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딜(Deal)이 철회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래티스가 포기하지 않고 트럼프에게 최종 결정을 맡긴 끝에 결국 이날 명령이 내려졌다.

캐년브리지가 미국 금융당국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이 사모펀드는 주로 미국의 반도체 사업체를 투자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래티스는 첫 번째 인수·합병(M&A) 목표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미국 정부의 벽에 부딪히면서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지게 됐다.

정부는 물론 의회도 래티스 매각에 반대해왔다. 로버트 피텐버거를 필두로 한 22명의 하원의원은 지난해 12월 CFIUS에 보낸 공개서신에서 “캐년브리지는 초기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려 했다”며 “또 중국에 우리의 핵심적인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안보와 관련해 중국기업의 자국 기술기업 인수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지만 트럼프 시대에 그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래티스 건까지 포함해 안보를 이유로 중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가 세 차례 무산됐다.

한편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미적지근한 대응을 보이는 중국에 대해 트럼프의 심기가 불펴해진 것도 이날 결정 배경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중국 12개 주요은행을 제재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이는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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