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에 따르면 제15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법안이 최초로 발의된 이래, 고위공직자비리 수사기관 설치와 관련된 법률안은 현재까지 총 12건이 제출됐다.
우선 15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내용으로 한 ‘부패방지법안’이 발의됐으나 철회됐다. 이어 16대 국회에서는 같은 내용이 발의됐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대신 대안으로 부패방지법안이 통과돼 부패방지위원회가 신설됐다.
17대 국회에서는 정부가 공직부패수사처를 국가청렴위원회 소속으로 공직부패수사처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18대 국회와 19대 국회 때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각각 3건과 4건씩 발의됐다. 그러나 이들 법안 역시 결실을 보지 못하고 모두 국회 임기 종료와 맞물려 자동 폐기의 수순을 밟았다.
20대 국회에서는 3건의 공수처 설치법안이 발의된 상태로,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법안은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간사를 맡은 이용주 의원이 지난해 8월 공통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신설되는 공수처의 규모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명까지 특별검사를 둘 수 있으며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 또는 관련범죄 등에 대한 수사 및 공소의 제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수사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도 △대통령(전직 포함)과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검찰총장 △국회의원 △국무총리와 총리실 소속 정무직 공무원 △감사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가정보원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장관급 장교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등까지 확대했다.
특히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연서로 수사요청이 있을 때 즉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해 공수처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 것도 눈여겨볼 만 하다. 고위공직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인지나 고소·고발이 없어도 한 정당 내에서 30명 이상만 합의한다면 강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 법안은 공수처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은 공수처의 규모와 권한이 민주당·국민의당 공동안보다 제한적이다. 소속 특별검사 수는 10명 수준이며, 수사 대상도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배임·횡령 기타 부패범죄 및 직무관련 범죄로 한정했다. 수사착수 조건의 하나인 국회의원 연서도 재적의원의 4분의 1로 늘렸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법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대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라는 명칭을 내걸었다. 이 법안은 소속 검사 수를 3명으로 제한하고 수사 대상도 검찰 고위 공직자 등 특정인으로 좁혔다. 공수처장의 임기를 5년으로 보장하고 법과대학 교수를 제외한 법조인으로 자격을 한정한 것도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