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엔진으로 발탁됐지만
당청과 세율인상 불협화음으로
한때 ‘김동연 패싱’ 논란의 중심
보유세 논란·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신발언 쏟아내며 제 색깔 찾기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 수장에 오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1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산적한 과제를 안고 출발한 김동연호(號)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인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철학)’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집중했다. 하지만 일부 정책 추진과정에서 여당과 청와대가 정책 결정을 주도하고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틈바구니 속에서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이 제기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들어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팀 수장이자 경제컨트롤타워인 김 부총리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는 게 관가와 정치권의 평가였다.
이는 김 부총리 취임 이후 추진된 굵직한 정책 현안에서 당정청 간 불협화음이 불거졌던 게 원인이었다.
김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11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 429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등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세율 인상이었다. 김 부총리는 취임 이전부터 명목세율 인상보다는 실효세율 인상을 견지했다. 그렇지만 여당과 청와대가 명목세율 인상으로 밀어붙이면서 김 부총리는 머리를 숙여야 했다.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경제팀 수장인 김 부총리의 그림자는 넓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범정부 차원 대책에서는 경제부총리가 발표하지만, 지난달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다.
최근에도 부동산 보유세를 두고 김 부총리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수뇌부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여당인 민주당 수뇌부에서는 잇따라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추미애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불을 지폈고 우원식 원내대표가 거들었다.
야당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건 증세 드라이브에 김동연 패싱이 나타났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배경이다.
당정이 주요 현안에서 엇박자가 나오면서 정책 일관성 훼손과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시장과 경제주체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낳았다.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 탓인지 김 부총리도 작심하고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논란이 커지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해 김 부총리가 다시 한 번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달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현재까지 재정당국 입장에서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면서 김 부총리는 중간중간에 ‘오너십을 갖고, 주도권을 잡고’ 등의 표현을 써가며 컨트롤타워의 입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직전인 지난달 22일에도 김 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참석한 뒤 “밖에서 보시기에는 모르겠지만 제가 경제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명확히 했다.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서도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김 부총리는 13일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입장과 관련, “전부 다 한꺼번에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목표인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해서는 “시행해 보면서 조금 숙고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