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의 어법에 대해 얘기하다가 설명의 편의를 위해 영어의 ‘to부정사’를 언급하게 되었다. 수강생이 물었다. “to부정사는 부정문에서 사용하는 not이나 no를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왜 부정사라고 해요?” 다시 한번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되물었다. “그럼, 여러분이 to부정사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다 얘기해 보세요.” 그러자,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to부정사는 ‘to+동사의 원형’ 형태이며,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 등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to부정사에 대해 줄줄 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왜 ‘부정사’라고 하는지를 아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부정을 나타내는 한자어는 ‘否定’과 ‘不定’ 두 종류이다. ‘定’은 ‘정할 정’이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결정’한다는 뜻도 있고 ‘인정’한다는 뜻도 있다. ‘否’는 ‘아닐 부’라고 훈독하며 ‘-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否定’은 긍정(肯定)의 반대말로, 영어의 not이나 no의 의미이다. ‘不’는 발음이 두 가지여서 ‘아니 불’이라고 훈독하기도 하고, ‘아니 부’라고 훈독하기도 하는데, ‘부(不)’자를 사용한 ‘不定’은 정할 수 없거나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to부정사는 ‘否定詞’가 아니라, ‘不定詞’이다. ‘정할 수 없거나 정해지지 않은 품사’라는 뜻이다. ‘to+동사의 원형’ 형태이기는 하지만 이때의 동사는 그것이 어떤 용법으로 쓰인 것인지 아직 품사도 시간(시제·時制)도 정해져 있지 않거나 정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不定詞’라고 한 것이다.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문장을 해석해 가는 과정에서 그것이 명사인지 형용사인지 부사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to부정사에는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 등이 있다. 한자만 알면 이런 설명은 저절로 이루어지는데 우리는 왜 한자를 멀리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