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회사 회생, ‘충분한 재정적 지원’ 필수"…美판사가 해석한 한진해운 사태는?

입력 2017-09-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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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 도산분야 각국 전문가 초청 국제콘퍼런스…영국·미국 등 해외 전문가 참석

▲14일 열린 서울회생법원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관점에서 본 효율적인 기업구조조정‘이란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사진제공=서울회생법원)
▲14일 열린 서울회생법원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관점에서 본 효율적인 기업구조조정‘이란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사진제공=서울회생법원)

"해운회사 회생에는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필수다"

로버트 드레인 뉴욕 남부 연방파산법원 판사가 지난해 발생한 한진해운 사태에 놓고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로버트 판사는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법원 종합청사에서 열린 서울회생법원 개원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의 관점에서 본 효율적인 기업구조조정‘이란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이날 로버트 판사는 해운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조건을 밝혔다. 그는 “해운회사 회생을 위해선 재정적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변제가 전액 이뤄지고 (해당 기업이) 회생절차 기본 조건에 합의하고 (채권단이) 파산 예정 기업에 지원할 의사가 있을 때 회생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판사의 견해 비춰보면, 지난해 발생한 한진해운 사태는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뒷 받침 되지 못한 사례로 분석된다. 세계 7위, 국내 1위 국적 원양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한 뒤 △얼라이언스 가입 △사채 만기 연장 △용선료 인하 협상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 등 자구 노력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자구 노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채권단은 지난해 8월 30일 신규 자금지원 불가를 결정했다. 이후 다음 날인 3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로버트 판사는 “P플랜이 없을 경우 고객사들이 리스크를 수반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기업에 대한 고객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밝혔다.

P플랜은 기업이 채권자와 협의해 사전계획안을 만들어 회생 절차에 들어오는 제도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미리 의견을 나누기 때문에 회생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는 "미국에서 P플랜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채권자 집단이 소규모일 경우, 파산 전 협상을 할 때 파산이란 단어만 듣고 멈추는 사례가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협상에 대리를 통해 참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협상한 계획이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충분한 압박이 있을 경우, 급박한 사업상의 이유가 있을 때 P플랜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판사는 이어 도산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에게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문적인 지식보다 해당 회사가 현장에서 전망 있는 회사인지 가려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개원한 서울회생법원은 우리 도산법을 알리고 세계 각국 도산제도를 이해하기 위해 개원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개최한다. 15일 열리는 본 세미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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