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살인자의 기억법’·‘그것(IT)’…소설, 영화와 만나다

입력 2017-09-15 10:59 수정 2017-09-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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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살인자의 기억’ 박스오피스 1위…김훈이 그린 치욕스런 역사의 현장, 스크린에 어떻게 담길지…

(출처=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출처=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최근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4일 현재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누적관객 수 157만9884명을 기록했고, 개봉 이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영화 ‘그것(IT)’ 역시 개봉 9일 만에 69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했고, 한때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휘순 등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한 영화 ‘남한산성’도 소설가 김훈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0월 3일 개봉하는 ‘남한산성’은 개봉 전부터 원작 소설의 인기에, 연기파 배우들의 합류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설의 상상력을 스크린에 구현해 낸 영화는 또 다른 묘미를 만끽하게 한다. 게다가 때로 영화의 성공은 소설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문학동네/ 1만 원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문학동네/ 1만 원

우선 최근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2013년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아온 작품이다. 25년 전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과거의 기억을 잃어 가는 70세의 병수가 또 다른 살인마 민태주와 벌이는 고독한 싸움을 그렸다. 김영하 작가는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는 그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 책은 병수의 시점으로 쓰여 알츠하이머에 걸린 그의 생각이 파편화돼 드러난다. 소설을 읽다 보면 갑자기 떠오른 듯한 문장과 여백까지, 독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병수가 돼 그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며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다.

▲그것(IT)/ 스티븐 킹/ 황금가지/ 1만5000원
▲그것(IT)/ 스티븐 킹/ 황금가지/ 1만5000원

공포영화 ‘그것’은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3억5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대형 베스트셀러다. 원작 소설은 1986년 출간돼 2주 만에 밀리언셀러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작품의 인기는 원작을 바탕으로 한 TV 시리즈까지 이어져 ‘광대 공포증’이라는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출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제작된 영화는 예고편이 유튜브에 공개된 지 24시간 만에 2억 뷰의 조회 수를 보이며 하루 안에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화 예고편으로 남았다.

어린 시절 일곱 아이가 함께 힘을 모아 맞섰던 절대 악 ‘그것’이 이제는 어른이 된 아이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그들은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연어들처럼 고향으로 돌아온다. 27년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것의 모습을 한 채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그것’이 빨간 풍선을 든 피에로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한산성/ 김훈/ 학고재/ 1만6000원
▲남한산성/ 김훈/ 학고재/ 1만6000원

추석 연휴 개봉을 앞두고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의 동명 소설을 골자로 했다. 2007년 출간된 ‘남한산성’에서는 김훈 특유의 냉혹하고 뜨거운 언어로 치욕스런 역사의 한 장면이 펼쳐진다. 소설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인조 14년 발생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길이 끊겨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청나라와 전쟁을 주장)와 주화파(청나라와 화친을 주장)의 다툼,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이 그려져 치욕스런 역사를 보여준다.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과 청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주전파 예조판서 김상헌의 대립은 47일간 칼날보다 서슬 푸르게 맞서고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 인조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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