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0억 육류담보 대출 사기, 유통업자 무더기 기소…금융사 직원 4명도 적발

입력 2017-09-17 11:17 수정 2017-09-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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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담보 대출 사기 및 로비 구조 설명.(검찰)
▲육류담보 대출 사기 및 로비 구조 설명.(검찰)
검찰이 수입육을 담보로 금융기관을 속여 5700억 원에 달하는 대출사기를 저지른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 등 관련자를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금융업체 직원들은 뇌물을 받고 대출을 도운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박진원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정모(52)씨 등 육류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 창고업자 13명을 구속기소하고 2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육류담보대출은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동산담보대출의 한 종류다. 육류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한다.

정씨 등은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육류 가격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중복 설정하는 수법으로 동양생명 등 제2금융권 업체 14곳에서 대출을 받아 약 5770억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기 사건의 최대 피해 기업은 동양생명이다. 약 38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한 육류유통업자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불어나자 동양생명은 자체점검에 나서 여러 금융기관에서 중복대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말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총 14개 금융기관이 순차적으로 고소를 제기했다.

해당 금융업체 직원들은 대출을 돕고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대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수재 등)로 동양생명 팀장 이모(46)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 등은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담보물 실사 과정을 간소화해주는 대가로 201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600만 원∼1억3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동양생명 등 피해 회사로부터 고소장을 제출받아 2016년까지 50여 개 업체가 빌려 간 육류담보 대출금 1조9000억 원의 사용 내역을 분석한 끝에 업자들이 유착한 조직적 사기행각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검거된 업자들은 기존 대출금을 돌려막기나 창고업체 인수, 이자·수수료 지급, 부동산 투자 등에 대출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육류담보대출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담보물 가액에 대한 정확한 감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대출중개업자 외 제3의 주체가 담보물을 감정하게 하는 방안, 심사 표준매뉴얼 마련, 금융기관 통합 육류담보대출 현황 전산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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