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파71·6512야드, 최종일 6403야드) ▲사진=BMW그룹코리아 JNA 정진직 포토
◇다음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2연패한 고진영(22·하이트진로,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2타)의 일문일답
-대회 2연패다.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첫 대회이다. 타이틀 방어를 한 번도 못해봐서 부담감이 컸는데, 잘 이겨내고 우승해서 내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한 주였다. 사실 아직 믿기지 않는다.
-18번 홀 마지막 퍼트에서 갤러리들이 모두 놀라서 탄성을 질렀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5미터였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가는 훅 브레이크였고, 약간 내리막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리막은 아니라서 홀에 들어가지 않고 어중간한 파 퍼트가 남아 있었다. 1타차 선두인건 두 홀 전에 알고 있었다. 아주 조심스러운 파퍼트였다. 마지막 홀에서 리더보드를 못 본 채 정확한 상황은 모르고 있었다. 당장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생각했다. 정말...볼이 한바퀴 휘돌다가 들어가서 굉장히 기쁘고 정말 좋았다.
-우승에 결정적이었던 홀이 있었나.
14, 15, 16번 등 3개 홀이다. 이승현 선수와 2타 차가 났던 11번홀에서 3퍼트를 했다. (우승은)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14번 홀에서 버디, 15번 홀에서도 버디를 했다. 16번 홀에서는 보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파세이브해서 다행이었다.
-어제 친구(최이진)에게 받은 퍼팅 레슨의 비밀을 알려줄 수 있나.
3라운드를 앞두고 친구 최이진이 퍼팅 레슨을 해줬다. 어드레스 할 때 퍼터 헤드 스위트 스폿 중간에 공이 맞아야 하는데 공이 살짝 안쪽에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1, 2 라운드 때는 스핀이 우측으로 많았는데 그 부분을 지적해줘서 고친 다음에 잘 맞게 됐다. 3, 4라운드에는 그것만 생각하고 플레이했다. 정말 고맙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때 할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떠신가.
고모와 고모부가 어제 갤러리로 와주셨다. 매번 못오셔도 대회 때 하루 이틀은 꼭 와주신다. 지난 인터뷰 후 할아버지 건강을 많이 물어보신다. 할아버지가 치매 기운이 있으셔서 나를 기억하지 못하셨다. 하지만 골프채널은 항상 틀어놓으신다. 할아버지집에 가면 ‘몸이 왜 이렇게 튼튼해요? 누구에요?’하시는데 당황스럽고 놀라지만,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친손녀는 나 하나라 ‘할아버지 손녀 왔어요’하면 바로 기억은 못하셔도 조금 지나면 기억을 해내신다. 나를 자세히는 기억 못하셔도 항상 골프채널 보고 계신 거 보면 내가 골프한다는 걸 아시는 것 같다.
-그동안 20억원이 넘는 상금을 받았는데.
상금은 부모님께서 관리해 주신다.
-하반기에 시즌 첫 우승한 이후 잘 풀리는 것 같다. 4주 연속 4라운드 대회 하면서 어땠나.
삼다수 대회 끝나고 4주 연속 4일 대회를 치렀다. 첫 대회는 하이원 대회였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 다음 한화 대회 때도 샷감이 너무 좋았고, 퍼팅감은 조금 떨어졌지만 우승 경쟁 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5위이내에 들어서 만족했다. 지난주 이수 대회 때도 한화 대회만큼 샷감이 좋았다.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난 2주 동안 많이 했다. 샷감과 퍼팅감이 좋아서 조만간 우승할 거라는 생각도 해봤다.
지난해 받은 차는 내가 탄다. 엄마가 어제 ‘한 대는 기부할래?’ 하셨는데, 10초 정도 고민하다가 X6를 포기하긴 엄청 아깝다.(웃음) 집에 가서 가족들과 다시 한 번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을 포기하고 이 대회에 나왔다.
맞다. 대회 출전 고민은 1퍼센트도 안 했다. 이 대회는 내가 디펜딩 챔피언이고, 다시 한 번 우승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결심했다.
-LPGA 진출은.
미국 진출을 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는데, 이번에 4주 연속 4일 대회를 하고 너무 힘들어서 정말 미국에 간다면 많은 준비를 하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 3위, 대상포인트 3위로 올라간다.
이번 주 대회는 타이틀 방어에 도전했는데, 디펜딩 챔피언으로써의 부담감이 컸다. 부담감을 이겨내고자 했고, 스스로 만족할 플레이를 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상금랭킹 등의) 타이틀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도 스윙과 멘탈 부분을 개선 중이고,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금랭킹이나 대상포인트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목표도 잃게 된다. 순수한 골프가 되지 않는 느낌이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이 있나.
스윙 완성도가 아직 높지 않다. 퍼팅도 오늘 마지막 홀을 보셨듯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지난해 마지막 날에도 똑 같은 질문이 나왔다. 지난해에는 하얀색, 파란색 옷을 입고 나와서 대회 엠블럼 색과 맞췄다고 했다. 징크스 때문에 오늘도 하얀색 옷을 입었나.
다른 대회에는 그런 일이 없는데, 유독 이 대회에는 그런 징크스가 있는 것 같다. 하얀색 옷을 많이 입게 된다. 대회 로고에 검은색, 파란색도 있어서, 작년에는 하얀색과 파란색이 들어간 옷을 입었다. 올해도 그러면 촌스러울 것 같아서 화이트(티셔츠)와 블랙(하의)으로 믹스매치 했다.
-이 대회만의 분위기나 특징을 느낀 것이 있나.
이번 주 PGA투어에서도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3차전 BMW 챔피언십 대회를 하고 있다. 이 대회는 규모가 워낙 크고 모든 선수들이 우승하고 싶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얘기하면…’간지나는 대회’인 것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