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관료들이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잔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17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조건이라면 미국이 파리 기후협약에 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대외 정책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약의 당사국들이 미국 국민과 경제를 위해 공정하고 균형 있는 조건에 합의하기를 바란다”며 “다른 국가들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생산적이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파리 기후협약과 관련된 사안을 총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표적인 파리 기후협약 지지파다. 앞서 백악관은 콘 위원장이 유엔 총회 기간에 주요국 장관과 기후협약에 대한 비공개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ABC방송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더 유리한 협상이 있을 수 있다면 협정에 복귀할 문을 열어두었다”면서 “우리는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에 열려 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향상과 미국 노동자와 기업의 기회를 늘리는 데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을 재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정에 잔류하기 위한 조건을 재조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미겔 아리아스 카네테 유럽연합(EU) 기후행동·에너지 집행위원의 발언을 전했다. 백악관은 이를 즉각 부인하며 “파리 기후협약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이 미국에 유리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탈퇴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WSJ는 미국의 협약 탈퇴 대책을 논의하는 몬트리올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를 인용해, 에버렛 아이젠스텟 백악관 수석보좌관이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만들고 있으며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의 배출 목표량이 줄어들더라도 협상을 유지하는 안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일 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지난달 4일에는 유엔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그러나 파리기후협약 규정에 따르면 2020년 11월까지 어느 국가도 탈퇴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은 여전히 협약에 가입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