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대한민국 헬스케어의 규제와 표준-연결·지능 기반 국가전략이 있나

입력 2017-09-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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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고부가 서비스 산업의 대표가 헬스케어 산업이다. 한국의 헬스케어는 복지 의료는 성공했으나, 산업 의료는 각종 제도와 표준의 미비로 부진하다.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산업이 될 헬스케어의 규제와 표준의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에는 전 국민 단일 의료보험이라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단일 보험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역별 질병 예측과 개인별 건강 관리에 획기적인 성과가 가능하다. 이미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해 오고 있으나 개인 정보 규제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한국의 개인정보 비식별화 규제로 인해 질병 보험의 개발과 지역별 맞춤 의료 등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단일 보험과 주민번호라는 개인 식별 체계를 갖춘 대한민국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의 선도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갈라파고스적 규제로 무산시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한국은 전 세계 전자의무기록(EMR)의 선도국가로, 지금도 세계 최고의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빅5라고 일컫는 서울의 거대 병원에 집중된 의료 빅 데이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소중한 자료다. 암 진단과 치료, 유전적 질환의 대처, 새로운 치료 방법의 발견 등 엄청난 국가 자원이 될 기회가 있다. 그런데 개인정보와 클라우드 사용 규제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가 자원’이다. 한국이 이룬 단일보험과 의료 집중화와 전자의무 기록화의 장점은 활용하되, 데이터 호환성의 한계는 극복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의 디지털 병원 간에 의료 기록 호환 규제가 올해 개선되었으나 표준화의 미비로 호환성에 한계가 있다. 우리는 조직 간의 과도한 경쟁을 위하여 서버 기반의 내부 IT화에는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조직 간의 개방 협력을 위한 데이터 표준화 노력은 대단히 미흡한 실정이다. 표준이 특허보다 독일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훨씬 크다고 한다. 국가의 역할은 표준과 규제의 경쟁력 확보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하자.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 혁명이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데이터의 고속도로가 클라우드다. 미국의 개인건강정보(PHR)는 클라우드 통합이 원칙이다. 한국에서는 시민단체의 반대로 개인건강정보의 클라우드 통합이 지연되어 왔다. 그 결과 시민들은 여러 의료기관과 건강 관리 기업에 분산된 정보를 통합하여 개인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주권은 개인에게 주어져야 한다. 개인이 판단하여 자신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권이라는 것이 전 세계의 추세다.

영국은 이미 분산된 환자 데이터 공유를 전담하는 공공조직인 HSCIC를 설립하였고, 미국도 ONC을 설립했다. 공적 시스템에서 다양한 환자 중심 의료 사업(EHR의 meaningful use)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Power of Information”을, 미국은 “Health Data Initiative”라는 국가 차원의 의료 빅 데이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매킨지는 방대한 연구를 통하여 디지털 헬스케어로 미국 의료비에서 3000억 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인 동시에 초고령화 사회에서 의료비 절감의 유일한 대비책이다.

우리도 올해 3월 민·관 합동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단이 출범했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비식별화와 개인정보 주권의 문제는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클라우드 활용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제한적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올해 5월 원격 의료의 중단을 선언한 갈라파고스적 정책이다. 과연 대한민국에 연결과 지능에 기반한 디지털 헬스케어 국가전략은 존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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