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베블런 효과’ 노렸나...‘아이폰X’ 가격 999달러의 비밀은?

입력 2017-09-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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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X’ 가격 정책의 배경

▲애플이 12일(현지시간) 아이폰 10주년 기념폰인 아이폰X(아이폰 텐)를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애플이 12일(현지시간) 아이폰 10주년 기념폰인 아이폰X(아이폰 텐)를 공개했다. (AP/연합뉴스)

999달러(약 112만 원)로 책정된 애플의 ‘아이폰X(아이폰 텐)’ 가격이 ‘베블런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역대 아이폰 최고가를 기록한 아이폰X이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핸드백을 잇는 ‘베블런 제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유한계급론’에서 설명한 이론으로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에서 과시욕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재화의 가격을 올리면 수요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명품과 같은 제품은 가격이 올라갈 때 소비자가 과시할 수 있는 영향력도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다. 1세기 뒤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듯 에르메스 핸드백, 파텍필립 시계 등이 대표 베블런 제품으로 부상했다.

애플이 지난 12일 발표한 아이폰X의 64GB 모델 가격은 작년에 출시된 아이폰7의 동일 용량 모델보다 약 50% 비싸다. 아이폰X의 256GB 모델 가격은 아이폰7의 동일 용량 모델보다 약 19% 높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교의 일리자베스 커드-할케트 경제학 교수는 “애플이 아이폰8과 아이폰X를 동시에 내놓은 목적은 분명하다”며 “다른 버전들과 아이폰X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이폰X가 소비자들에게 다른 모델보다 훨씬 더 큰 유용성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베블런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IHS마르키트는 아이폰의 고가 정책이 포화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한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소유한 사람도 많아서 100명당 스마트폰을 가진 비율이 거의 100명에 달한다. 유럽에서 100명당 스마트폰 소지자는 92명에 달한다.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명당 약 84명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퀀트러닝네트웍스의 스티븐 하인즈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고전적인 제품 관리 방식”이라며 “스마트폰 이전에 자동차도 고가의 럭셔리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은 슈퍼 프리미엄 모델을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구매층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X이 고가인 이유는 진화한 기능 탓에 필연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이폰X은 안면인식 기능, 증강현실(AR), 홈 버튼 삭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 등을 탑재했다. 서스퀘하나인터내셔널그룹(ISG)는 아이폰7의 부품 가격이 248달러였으나 아이폰X은 571달러로 급등했다며 이 격차는 애플이 얻는 마진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고가로 책정했다고는 하나 부품 가격을 고려하면 마진은 감소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기관 아심코의 호레이스 데디우 애널리스트는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진다”며 “아이폰X의 진화한 기능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고, 그렇다면 이는 베블런 이론이 순순하게 적용되는 예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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