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신화 존 체임버스, 회장직도 내놓는다…90년대 IT 열풍 주역들 다 퇴장하나

입력 2017-09-19 08:03 수정 2017-09-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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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를 480억 달러 매출 자랑하는 IT 대기업으로 키워…클라우드 부상하면서 새 인물에 회사 미래 맡기기로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 그는 연말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블룸버그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 그는 연말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블룸버그

시스코시스템스의 성공 신화를 일군 존 체임버스가 회장직을 내놓으면서 90년대 IT 열풍을 이끈 주역들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스코는 이날 성명에서 체임버스가 오는 12월 11일자로 물러나며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가 회장직을 겸임한다고 밝혔다.

체임버스는 1995년부터 20년간 시스코 CEO를 맡으면서 중소 인터넷 라우터 제조업체에 불과했던 시스코를 세계 굴지의 종합 네트워크 장비 기업으로 키운 전설적인 경영인이다. 그가 CEO에 올랐을 때 회사 매출은 12억 달러(약 1조3542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480억 달러에 달했다. 또 시스코는 성장이 절정에 달했을 때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를 넘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시총 6000억 달러 선은 현재도 애플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포함해 3개 업체만이 달성한 업적이다.

그는 2년 전 로빈스에게 CEO 자리를 물려줬으나 회장으로서 회사 전략방향을 결정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클라우드컴퓨터와 사물인터넷 등이 부상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 인물에게 시스코를 맡기는 것이 옳다는 인식에 따라 회장직도 내놓기로 했다. 최근 네트워크를 아예 클라우드 시스템에 맡기는 기업이 늘면서 시스코는 아마존닷컴과 MS 등에 고객을 빼앗기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로빈스 CEO로 권한을 일원화하면서 반격을 노리는 것이다.

체임버스는 이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시스코가 새로운 리더십으로 옮기고 자신도 새 일로 움직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스코에서 물러나고 나서 스타트업에 조언하거나 새 기술에 투자하는 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그는 드론 방어 기술 스타트업인 독일 디드론에 대한 1500만 달러의 투자라운드를 주도하기도 했다.

시장도 체임버스의 결정에 찬성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가트너의 글렌 오도넬 IT 애널리스트는 “시스코의 전환을 주도하려면 (체임버스와) 다른 타입의 인사가 필요하다”며 “체임버스는 너무 오래 남아있어 회사의 미래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보다 적절한 순간에 지배권을 넘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관심은 1990년대 IT 열풍을 이끌었던 다른 주역들에게 쏠리고 있다. 체임버스의 사임으로 남은 사람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과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 겸 CEO밖에 없다. 두 사람은 모두 왕성한 활동으로 아직 은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엘리슨은 지난 2014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사업의 초점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전략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델은 PC시장의 쇠퇴 속에 고전하던 자신의 회사를 비상장화하고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베팅을 하면서 회사의 부활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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