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이빠이 " 키코사태 9년 만에 판도라 상자 열릴까

입력 2017-09-19 09:51 수정 2017-09-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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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이빠이(충분히)해서…. 왕건이 하나 건졌다.” “자칫 은행이 마진을 무지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으니 오해 없도록…지원(술값)은 얼마든지 해준다.”

‘키코(KIKO) 사태’가 9년 만에 재조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방향성이 은행의 ‘불완전판매’에서 ‘사기행위’로 전환될 전망이다. 지난 민·형사 소송들에서 계속 기업 측이 패배했던 논리를 접고 새로운 시각에서 증거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약자다.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단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 미리 약정한 환율로 거래하는 외환파생상품이다. 금융위기 이전 저환율이 지속되던 시기에 은행들은 ‘앞으로도 환율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수출기업들에 키코 상품 가입을 권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2014년 서울중앙지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받은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씨티은행 본점 A딜러는 지점 직원과의 통화에서 키코가 은행에 과도한 마진을 남기는 상품임을 언급하고 있다. A 딜러는 키코 계약 완료 후 심사역과 통화에서 “(최근 계약을 맺은) B기업 관계자를 접대할 좋은 장소를 알아보라”며 “자칫하면 은행이 마진을 무지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다. 그래서 딜을 찍고서 한 달 후에 술을 먹기도 한다”고 권했다.

그러나 은행의 홍보와는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크게 올랐다. 고환율 시기 수출기업들은 수익을 내야 맞지만 키코 상품 가입으로 도리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다. 환율이 약정해놓은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은 무효가 되지만 상한선 이상으로 오르면 기업이 약정 금액의 2배로 은행에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고환율을 예측한 은행만 돈을 벌게 된 것이다.

그간 키코사태 소송 등 대응은 피해기업들 위주로 진행돼 왔다. 당장 흑자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손해배상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논지 위주로 소송을 진행하다 보니 은행의 ‘불완전판매’, ‘고위험 파생상품 취급 적법성’ 등으로만 싸우는 데 그쳤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이 ‘환 헤지’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거래를 하다가 손실을 봤다는 면을 반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0년 8월 키코를 판매한 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 9곳과 68명 임직원을 징계했지만 대부분 ‘불완전판매’ 혐의조차 적용하지 않았다. 손실을 이전하는 거래를 했다거나 기업의 수출예상액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오버헤지’를 한 사유 등을 적용해 건전성 측면의 제재를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키코 사태 대응의 축이 은행의 ‘사기혐의’로 전환되면서 금감원 재조사는 물론 형사소송 재개 여부도 검토되고 있다. 기존처럼 피해기업의 손실 규모와 어려움을 호소하기보다는 은행의 사기여부가 관건이 될 예정이다.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대표(변호사)와 일부 경제학자들이 다시 키코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은행이 2008년 고금리 전환을 추세적으로 예견했음에도 은행이 키코상품을 과도하게 판매했다는 논지를 세우고 있다.

이에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형사소송 재개가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지난 민사소송 패소에 영향을 미친 주요 인물들이 지난 정권의 ‘적폐세력’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에서 특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이미 결론이 한 번 난 사안인 만큼 기존 판결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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