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율주행차량 기술과 차량공유 등으로 자동차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이에 맞서고자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특허에 올인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대 자동차업체는 총 9700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는 2012년보다 110% 늘어난 것이다.
포드자동차의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다루는 포드글로벌테크놀로지스의 빌 커플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원했던 마지막 일은 ‘빠른 추종자’가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실리콘밸리에 앞서 먼저 기술을 발명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체들이 과거에는 타사의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기술 개발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자동차업체들이 제출한 특허는 마치 공상과학소설과도 같은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포드는 로봇택시를 호출하는 고객들을 위해 드론이 중심인 배차시스템을 개발해 이를 특허 출원했다. 또 자율주행차량 시대에 걸맞게 에어백의 위치를 조정한 기술도 특허로 내놓았다.
BMW는 자율주행차량이 인도의 보행자, 인간 운전자와 시각적 신호, 경고음 등으로 통신하는 기술이 특허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운전자가 차에서 빠져나오고서도 주차할 수 있는 기술을 특허 출원했으며 일본 도요타는 투명한 ‘도어 필러(Door Pillar)’를 개발해 운전 사각지대를 없애려 한다.
특허 보유기업은 승인을 받고 나서 해당 특허에 대해 20년간 독점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 나날이 기술이 발전하는 자동차업계에 중요한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 특허분쟁은 매우 드물지만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업체는 라이선스 매출 창출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다른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보유해 포드 등에서 쏠쏠하게 라이선스 수입을 거두고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최근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동차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기술 개발 압박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량 부문인 웨이모는 지난 2015년 자동차가 충돌할 때 유연하게 모습을 변경해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아마존과 우버 애플 등도 자율주행차량 기술 특허 출원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한편 특허 대신 다른 전략으로 눈을 돌린 자동차업체도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특허 출원 건수가 약 1000개로, 2012년에 비해 3.4% 줄었다. 그러나 GM은 자율주행 등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사들이거나 투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