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新북방시대 준비, 바로 지금 시작해야

입력 2017-09-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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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극동지역, 연해주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아픈 기억을 동시에 담고 있는 곳이다. 발해의 옛 영토로 곳곳에 발해의 유적지가 남아 있어 대륙을 호령했던 선조들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한편, 1937년 당시 연해주에 살고 있던 우리 동포들이 구(舊) 소련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하며 수만 명이 참혹하게 죽어갔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주권 없는 국민이 겪어야 했던 가장 억울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극동지역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이다.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 많은 인구, 바닥을 쳤기에 이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경제 상황 등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지만, 정치, 사회 문제로 개발이 더딘 이른바 ‘미래 시장’이어서다.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도 비슷한 곳들이 있지만 거리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우리에게는 극동지역의 시장이 더 빨리 열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앞으로 가스산업, 수산업, 조선업 등 세 가지 분야에서 더 많은 경제 협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러시아 중앙 정부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들이며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러 경제협력을 공고히 하고, 나아가 다양한 과학·산업·기술 분야에서 협력·분업이 가능한 분야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연해주에 한·러 합작 과학 산업단지를 건설해보면 어떨까?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극동지역에 우리가 참여한 과학 산업단지를 세운다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장기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다. 지금 북한은 무분별한 핵 개발로 전 세계의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지도부의 잘못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그런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나라가 세운 과학 산업단지와 그로 인해 발전한 극동지역의 모습은 큰 자극을 주지 않겠는가. 어쩌면 북한 주민들이 러시아로 넘어와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있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면서 그로 인해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북한 정부를 압박하는 직접적인 방법보다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중장기적 효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자원과 기초기술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후일 과학 산업단지에서 효과적인 프로젝트로 연결할 수 있는 씨앗을 많이 발굴해 놓아야 한다.

둘째, 현지의 고려인 인적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지금 연해주에는 약 50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이들 중 과학자와 기술자, 다양한 일꾼들을 발굴해 지원함으로써 한국에 친화적인 비즈니스 커뮤니티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러 민간 협력 프로젝트를 많이 발굴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산업 분야, 예를 들어 바이오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을 개발해 한·러 과학 산업단지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얼마 전 러시아 극동지역 최대 규모의 대학인 극동연방대학교와 기업의 기술 사업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나름의 씨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에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자 극동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바야흐로 열리고 있는 신북방시대. 바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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