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산타 클로스 역할을 해오던 완구유통업체 토이저러스가 18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전 세계에서 1600개 매장을 운영해 온 토이저러스는 거대한 규모의 매장과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해 장난감에 특화된 대표적인 ‘카테고리 킬러’였다. 그러나 월마트, 타깃 등 대형마트가 등장하고 최근에는 유통공룡 아마존까지 가세하면서 위기가 심화했다.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토이저러스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됐다.
토이저러스의 역사는 1948년 찰스 라저러스가 미국 워싱턴 D.C.에 아기용품점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아동용 장난감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한 라저러스는 1957년 메릴랜드 주 록빌에 ‘토이저러스’ 1호 매장을 열었다. 당시 토이저러스로 인해 ‘장난감으로 가득 찬 슈퍼마켓’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겨났다. 이때부터 토이저러스의 기린 캐릭터 ‘제프리’가 TV 및 인쇄광고에 등장해 공식 마스코트가 됐다.
토이저러스는 1980년대 수 백 개의 매장을 열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94년 라저러스는 창업자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1990년대 월마트와 타깃이 연말연시에 장난감을 할인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토이저러스는 위기를 맞았다. 토이저러스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 차별성을 높이고 종류를 다양화했다.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경쟁사들의 상품이 다 팔리기 전부터 사람들은 인기있는 장난감을 사려고 토이저러스를 찾았다.
2005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베인캐피털, 보나도 부동산 신탁으로 구성된 3사 컨소시엄이 66억 달러(약 7조 4665억 원)에 토이저러스를 인수했다. 매각 과정에서 토이저러스는 5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았다. 이는 토이저러스가 온라인 영역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몇 년간 매출 성장을 지속했지만 점차 재정이 악화됐고 2010년에는 재정 문제로 계획했던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토이저러스는 2012년 이후 매출 감소세에 들어섰다. 2015년에는 뉴욕 타임스퀘어 중심가를 차지했던 매장을 폐쇄했다. 매장 한가운데 자리한 실내 대관람차로 유명했던 타임스퀘어 토이저러스는 전 세계 관광객이 방문하는 토이저러스의 상징이었다.
올해 1월까지 1년 간 115억 달러 매출과 36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토이저러스는 결국 파산보호의 길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