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분양제 도입,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입력 2017-09-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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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정책사회부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울 강남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후분양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때문에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갑론을박이 다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후분양제는 착공한 뒤 통상 아파트가 3분의 2 이상 지어졌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고 분양하는 제도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를 받아 착공하면 곧바로 분양할 수 있는 선분양제가 대다수다.

그 동안 시민단체를 비롯한 일부 정치권에서 후분양제 실시를 꾸준히 주장해왔고 노무현정부 등에서 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이는 선분양제는 나쁘고 후분양은 좋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일단 후분양제를 도입하게 되면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선분양제는 일종의 사전 예약 방식으로 2~3년 전 가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건설사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자금을 확보해야하고 공사기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택의 공급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관련업계에서는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3.3㎡당 300~500만원의 분양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84㎡당 1억 원 수준이다.

또한 선분양제에서는 계약 후 약 3년에 걸쳐 집값을 상환하면 되지만 후분양제에서는 계약 후 입주까지의 기간이 1년여에 불과해 자금조달 기간도 상대적으로 촉박하다.

그마저도 신용이 탄탄하고 브랜드 파워가 큰 대형건설사들과 달리 중소건설사들은 자금력과 브랜드에서 상대가 안되는 만큼 줄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에서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다.

현재도 빌라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 대부분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있다. 때문에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정답과 오답이 아닌 사업규모에 맞는 제도선택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후분양제 도입에 찬성하는 근거로 주로 사용되는 해외의 경우 후분양이 일반적인건 우리나라처럼 대단위로 아파트를 짓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자금 확보가 쉬운 선분양 방식을 선택한다.

물론 분양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우선 공공분양 시장 등에 적용하고 문제점을 수정하는 등 연착륙(軟着陸)을 유도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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