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의 일부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HTC와 합의했다고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구글은 이날 저녁 스마트폰 사업부의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등 일부 사업을 11억 달러(약 1조2461억원) 전액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구글의 픽셀폰과 관련한 사업부만을 인수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구글 픽셀폰 관련 사업부 약 2000명이 구글로 고용 승계된다. 이와 함께 구글은 HTC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도 함께 인수하게 된다. 구글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 내년 초 거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릭 오스텔로 구글 하드웨어 사업부문 수석 부사장은 “‘메이드 바이 구글’ 제품군의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HTC는 구글에게 내준 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 스마트폰 사업부를 계속 운영할 방침이다. HTC는 구글의 오랜 파트너였다. HTC는 2008년 세계 최초로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드림(Dream)’을 출시하는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초기 정착에 큰 공을 세웠다. 현재 HTC가 생산한 스마트폰 출하량의 20%가 픽셀폰일 정도로 구글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HTC는 한때 최고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손꼽혔으나 애플과 삼성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점차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HT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1년 8.8%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지난해 0.9%로 쪼그라들었다. 대만증권거래소에 상장된 HTC 주식은 이날 거래가 중단됐다. 회사 주가는 지난 2년간 가파른 하락세를 겪었으며 올해 들어서만 12% 하락했다. 왕세홍 HTC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계약은 양사의 오랜 파트너십의 새 단계로서 HTC의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 사업에서 혁신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부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HTC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폰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스피커, 사물인터넷(IoT) 등 자체 하드웨어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 출신인 지난해 오스텔로를 하드웨어 사업부로 영입해 픽셀폰과 AI 홈 스피커인 ‘구글 홈’, VR 헤드셋 ‘데이 드림 뷰’를 잇달아 출시했다. HTC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상현실(VR) 헤드셋 시장에서 업계 3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