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가 검찰 수사, 임원 자살 등으로 깊은 시름을 앓고 있다. 신임 사장이 공석인 가운데 임원 자살, 본부장 구속 등으로 조직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21일 KAI에 따르면 현재 사장, 구매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이 대행 체제로 변경됐다. 올해 1월 '1부문 11본부 2총괄 3센터'로 조직을 개편한 뒤 부서장 포함 임원 12명 중 3명이 공석인 상황이다.
하성용 전 사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자진사퇴했다. 구매본부장은 방위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며, 해외사업본부장은 이날 오전 자살했다.
KAI 서울사무소는 침울한 분위기로 가득찼다. 1층 카페는 평소 점심 때와 달리 찾는 이가 크게 줄었다. 4층과 8층 사무실도 조용한 적막이 오후 내내 이어졌다. KAI 직원은 "너무 슬프다"며 말을 아꼈다.
KAI 각 부서 부장들도 애써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면서도 "현재 사장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신규 사업이나 해외 수주는 일시 중단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AI 임원들은 현재 사업 진행보단 추심에 집중하고 있다. 결재를 처리할 사장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장성섭 개발부문장이 사장 대행으로 업무를 보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나서 신규 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미국 공군 훈련기 입찰 결과가 다가오고 있지만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는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번 수사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검찰의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냉정하게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