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가상화폐 가격은 미친 투기꾼들에 의한 결과일 따름이며, 버블에 불과한 것일까? 이 부분에 관해 15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음과 같은 인상 깊은 논평을 남겼다. “금융의 세계에서 혁신과 투기적 버블은 때로는 같이 나타나곤 한다.”
되돌아보자.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2000년대 초반, 수없이 많은 인터넷 회사들이 소위 ‘닷컴버블’에 힘입어 생겨났다. 당시 회사 이름 뒤에 ‘닷컴(.com)’만 붙여도 인터넷 기업으로 분류되어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고, 쉽게 상장해 주가가 올라가 많은 사람들이 버블이라고 비판하였다.
그 버블은 약 2년 뒤 무참히 깨어져 나스닥의 경우 주가가 70%나 폭락했다. 그러나 그 뒤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은 이제 우리에게 단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일상이 되어 버렸으며, 이때 살아남은 소수의 기업들, 예컨대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기업은 당시 닷컴버블 때의 나스닥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는 예외 없이 사람들이 열광하고 그에 따라 버블 또한 형성되었다. 자동차가 나타났을 때 그러하였으며, 열차가 나타날 때 그러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신기술들은 우리의 생활을 진일보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던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의미에서 가상화폐도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한편 18일에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가상화폐에 대한 16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BIS는 “폭발적인 가상화폐 성장에 따른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도 자국 화폐를 가상화폐로 발행할 것”을 권고하는 놀라운 발표를 하였다. 그러면서 중앙은행들이 가상화폐로 자국 통화를 발행한다면, P2P 기반인 가상화폐의 특성상 은행의 역할이 없어질 것이라는 언급도 하고 있다.
또 20일에는 일본의 최대 은행인 미즈호은행이, 일본 엔화와 1대 1 등가성(等價性)을 갖는 가상화폐, 즉 ‘J코인’을 발행하겠다는 소식을 발표하였다. 비트코인 등의 가격 움직임이 너무 불안하여 화폐로 사용하기에 문제가 많으니, 엔화에 페그(peg)시켜 화폐로서의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이다.
은행 입장에서 자체적인 가상화폐 발행은 아주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는 초기 발행에 돈이 좀 들어가지만 그 이후론 추가 발행 비용이 거의 제로 수준이어서, 소위 주조차익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표 등의 경우 발행 및 폐기 등의 관리비용이 들어가지만 가상화폐는 관리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한번 상상해보자면, 우리나라의 경우 비트코인류(類)의 개인들이 발행한 가상화폐는 물론, KB은행이나 신한은행 등이 발행한 가상화폐, 신세계백화점이 발행한 가상화폐 등 많은 종류의 가상화폐들이 한국은행이 발행한 법정화폐와 같이 사용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각 은행이나 개별 기업들이 발행한 가상화폐들은 원화에 페그된 관계로 가치는 변동되지 않지만, 발행주체의 신용도에 따라 서로 다른 금리로 거래될 것이다. 아울러, 원화는 점차 대외적 환율 등 기준치로서의 의미만 있을 뿐 실생활에서의 사용은 감소하며, 이에 따라 정책당국의 역할이 축소될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미래 금융은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