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린 가운데 제빵사들은 이번 고용부의 판단을 환영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로 약 3년간 근무한 김 모(36)씨는 “원래 월 6번 휴무 원칙인데 이번 달은 3번도 못쉬었다”며 “본사에 소속되면 고용은 안정되겠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제빵기사 최 모(32)씨는 “본사에 직접 고용되면 좀 더 많은 연봉과 복지 혜택 등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법정 싸움이 시작되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빵업계에 따르면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 초봉은 27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현재 SPC그룹 소속으로 파리바게뜨 직영 매장에서 근무하는 제빵사들은 초봉이 3300만원 선이다. 같은 일을 하지만 본사 직원이 600만 원정도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셈이다.
만약 SPC그룹이 제빵사를 본사 직원으로 채용하면 인건비 부담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현재 직영점 수가 53개, 제조기사는 269명에 불과하다. 고용부의 명령에 따를 경우 파리바게뜨는 현재 인원과 비교해 무려 20배가 넘는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결국 600억 원의 인건비(간접비용 포함)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지난해 파리바게뜨 영업이익인 655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에 소속된 제빵사는 본사에 소속된 제빵사보다 월 임금이 20% 정도 낮아 본사가 직접 고용 명령을 따를 경우 임금이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금액을 감당하려면 결국 소비자 가격인상이나 가맹점주에게로 또 다시 비용이 전이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고용부의 공문이 내려오는대로 포괄적인 법적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SPC 관계자는 “아직 정식 공문을 받지 않아 정확한 답변은 어렵지만, 공문이 내려오면 법적 대응을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들도 이번 고용부 결정에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바게뜨 협력도급업체 11곳 중 제빵기사 운용을 하는 8개 회사는 이날 오전 비공개로 긴급회의를 갖는다.
이들은 고용부의 근로감독 결과를 비롯해 협력사에 대해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협력사들이 용역비를 받은 뒤 ‘통행세’ 명목으로 챙기고 정작 제빵사들에게 낮은 임금만 지급했다는 의혹 등은 ‘허위 사실’로 규정, 법적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들은 회의를 연 뒤 이날 오후 2시께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파리바게뜨 협력사 대표 10여 명은 21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이 발표되자 고용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