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건국대 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로보러스 김대훈(49) 대표는 “사람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점원과 점주, 고객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선 최근 최저임금 등 인건비 인상으로 키오스크(무인 계산대) 산업이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키오스크도 좋지만 ‘로봇’이야말로 차세대 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키오스크는 감성적인 부분이 전혀 없다”며 “감정의 불편함을 없애는 게 키오스크의 콘셉트인 반면 로봇은 얼굴인식·사물인식 기능과 딥러닝, 대화를 통해 보다 섬세하게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로보러스의 컨시어지로봇 ‘포카(POCA)’는 IBM왓슨의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자체 감정·행동 생성 알고리즘을 연계해 고객을 접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접객용 로봇이다. 프랜차이즈 매장에 주로 설치될 이 컨시어지로봇은 인공지능 대화 시스템을 통해 두 번 이상 방문한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 데이터베이스 분석을 통해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개별 선호도를 파악해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또 POS(판매시점정보관리)나 NFC(근거리무선통신) 등 기본적인 결제서비스를 연동, 키오스크의 기본적인 기능도 모두 제공한다.
김 대표는 팬텍과 노키아를 거친 후 로봇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노키아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다가 망했다”며 “노키아를 보며 모바일 산업에서 획기적인 기술 발전은 더 이상 힘들다고 생각하게 됐고, 차세대 산업은 로봇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직접 로봇창업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팬택과 로봇회사에서 만난 동료들이 창업 멤버로 합류해 힘을 보탰다.
창업 첫해 시드 투자를 받고 국책과제 3개를 연이어 수행하며 컨시어지로봇 1호 ‘포카’를 개발했다. 오는 11월 말에는 포카에 이은 2호 로봇의 프로토타입을 출시할 예정이다. 포카는 상하좌우로 목이 돌아가는 탁상형 로봇인 데 비해 2호는 스탠딩형 평면 패널 형태다.
김 대표는 “앞으로 주문과 결제, 고객 분석 단계에 그치지 않고 서빙, 청소, 감시 등 다양한 서비스 영역으로 차근차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보러스는 포카로 국내 시장보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 먼저 노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간다면 국내보다는 시장이 넓고 새로운 기술에 열린 자세인 미국이나 일본이 훨씬 매력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미국 특허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에 아직 이런 콘셉트의 로봇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이 키오스크 공화국이긴 하지만 키오스크를 넘어 로봇 서비스가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첫걸음으로 회사는 올해 말 개발될 2호 로봇을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18’에서 처음 선보이고 시장 반응을 살필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같은 시기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대형 쇼핑몰과 손잡고 시범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쇼핑몰 고객이 포카 앞을 지나면 포카는 고객이 착용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의 사물을 인식해 관심 있어 할 만한 상품을 파는 점포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다국어 서비스는 기본이다.
김 대표는 “무인 편의점, 로봇호텔, 공항 면세점과 카운터 등 포카를 활용할 수 있는 잠재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하드웨어를 통한 판매 수익보다 서비스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다. 그는 “로봇 하드웨어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 방식은 단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렌털 전문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B2B 판매를 한 후 로보러스는 유지 보수와 서비스 판매를 통해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제국인 미국과 일본 시장이 약 4조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중 약 10% 규모의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로봇계의 ‘윈도우즈 시스템’ 같은 운영체계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