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국회가 소집되는 28일 중의원을 해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소비세 증세로 인한 세수 증가분 일부 사용처 변경과 북한 대응 등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일본 정국은 선거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총선 투표일은 내달 22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 북한을 ‘국난’으로 규정하고 중의원 해산은 국난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은 원내 제1당 대표를 겸하는 총리의 권한으로 통한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 이 선거에서 현 집권당이 제1당 지위를 유지할 경우 총리의 국정운영 행보에 탄력이 붙게 된다. 그간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등 악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아베 총리는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일본 내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자 아베 총리의 지지율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에 최근 경쟁자로 급부상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진영을 저지하고 정국운영권을 다잡으려면 조기 총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 명분으로 내세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기부양 카드도 내놨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 시간 대부분을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의 사용처 변경에 대해 설명했다. 2019년 10월 시행 예정인 소비세율 인상(8→10%)으로 추가 확보되는 세수 일부 사용처를 국가 채무상환이 아닌 유아교육 무상화 등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람 만들기’와 ‘생산성 혁명’이라는 테마가 붙은 이 경기부양책은 유아 교육과 저소득층 고등교육 무상화 등에 2조 엔을 투입한다는 파격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하면 5조 엔대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세수 증가분 중 4조 엔을 국가 채무상환에 쓰고 나머지 약 1조 엔을 사회보장 확대에 쓸 방침이었다.
아베 총리는 나랏빚 갚는데 2조 엔만 투입해도 국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채무가 통제가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국가 채무는 일찌감치 1000조 엔을 돌파, 현재 일본의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230%에 달한다.